기획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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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소득 열쇠, 산림경영지도] “조합이 책임지고 다 팔아드려요”
[산림소득 열쇠, 산림경영지도] (3)·끝 공판·수매 우수조합 진도군산림조합 2016년부터 건표고버섯 공판 품질 인정받아 경락값 높아져 충주산림조합 밤 수종 관계없이 대부분 수매 직접 선별판매…홍보 적극적 전남 진도군산림조합(왼쪽)과 충북 충주산림조합은 각각 임산물 공판과 수매를 통해 임가소득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사서 팔아주는 것’만큼 임가에 도움되는 게 있을까. 산림경영지도사업의 일환으로 임산물 공판과 수매에 힘쓰는 산림조합이 있어 눈길을 끈다. 안정적 판로 제공으로 임가소득을 높이는 사례들이다. ◆공판으로 임가소득 증진=전남 진도군산림조합은 2016년부터 지역 특산물인 건표고버섯 공판을 진행했다. 겨울철에 임가가 길러서 직접 말린 건표고버섯을 3월말쯤 입고해 4∼5월에 공판한다. 눈에 띄는 성과는 2019년부터 나타난다.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심각했던 2020년을 제외한 3개년(2019·2021·2022년) 동안 모두 98임가가 공판에 참여했고, 공판금액은 6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산림조합 산림지도원들은 생산 단계부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진도군표고생산자연합회와 함께 진도지역 표고버섯을 차별화하는 데 힘썼다. 수확 후 고품질 표고버섯을 선별하도록 지도하고 포장하는 필름 상태도 세심하게 점검한다. 이때 임가당 필름을 한장씩 무상 지원해 경영비 절감도 돕는다. 공판 일정을 잡는 것도 산림지도원들의 몫이다. 전국표고상사연합회와 일정을 조율해 물량이 가장 많은 시기에 공판 일정을 정한다. 유상준 주임은 “산림조합이 중간다리가 돼 임가가 직접 하기 어려운 공판 일정을 조율한다”면서 “상사연합회에 가입한 30개 상사가 전국을 돌면서 입찰에 참여하는데, 공판 참여 인원과 일정 등이 가격 결정에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올해 진도군산림조합이 확보한 물량은 6.3t이었다. 160여임가가 연간 160t의 표고버섯을 생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많은 양은 아니다. 하지만 성장세는 확연하다. 30개 상사 가운데 전국구로 활동하는 10개 상사가 지난해는 4곳만 진도를 찾았다. 그런데 올해는 두배인 8곳으로 늘었다. 양은 다소 부족했지만 품질은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다. 공판에 참여하는 인원이 늘면서 낙찰가격도 높아졌다는 게 산림조합의 설명이다. 유 주임은 “내년에는 입고·공판 일정을 조금 앞당겨 더 많은 물량을 공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량 수매로 판로 걱정 ‘뚝’=충북 충주산림조합은 임가가 생산하는 밤 대부분을 수매해 판로 걱정을 덜어준다. 조생종부터 만생종까지 수종에 관계없이 2006년부터 수매해왔다. 수매한 밤은 산림조합이 직접 선별해 홈쇼핑 등을 통해 판매한다. 덕분에 임가는 밤을 키우는 데만 집중할 수 있다. 성과도 눈에 띈다. 충주산림조합은 ‘2020년 전국 산림조합 운영평가’에서 경영 최우수상을 받았다. 충주 밤 생산량이 전국 5%에 불과하지만 수매량은 전국 2위를 기록하는 등 임가의 소득 증진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올해는 지난해 많은 비로 수확량이 20% 감소했다. 그럼에도 248명이 1430t(36억5500만원어치)을 수매하는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임가 홍융기씨는 “예전에는 상인들이 가격 후려치기를 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산림조합이 수매하면서 안정적인 판로가 생겼다”면서 “앞으로도 수매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호평했다. 홍보에도 적극적이다. 대표적으로 매해 10월에 열리는 ‘소태밤축제’에 부스를 만들어 관광객 등에게 충주 밤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충주산림조합은 앞으로 수매에서 한걸음 더 나간다는 구상이다. 우선 임산물유통센터를 정비해 안정적인 수매 환경을 조성하고, 현재 수매만 하는 방식에서 수매 후 가공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예정이다. 한관성 지도협업과장은 “기상악화로 올해 밤 수매가 다소 저조해 아쉽다”면서 “내년에 더 많이 수매해 임가소득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다짐했다. 양석훈 기자 2022-12-19 00:00 -
[NBS 하이라이트] 딸기 출하로 바쁜 손문성씨 부부
딸기 출하로 바쁜 손문성씨 부부 ‘리얼귀농스토리 나는 농부다’ - 22일 오후 3시 전남 보성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손문성(39)·박영란씨(37) 부부의 귀농일기가 방송된다. 손씨는 귀농 전 정보보호 업무를 하는 군무원이었다. 이때 배운 기술을 스마트팜에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지난해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귀농했다. 최근 박씨는 지난 1년 동안 정성껏 키운 딸기를 출하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밤늦게까지 딸기를 포장해 도매시장에출하하고 있다. 박씨의 가장 큰 고민은 포장법이다. 딸기를 택배로 보내다보니 과육이 쉽게 물러져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다. 서지민 기자 2022-12-19 00:00 -
하루걷기 안내·AI 건강상태 진단…‘내몸 지킴이’ 역할 톡톡
[안전한 일터, 건강한 농촌] (7)·끝 건강관리 앱 ‘NH헬스케어’ ‘랜선텃밭 가꾸기’로 운동 독려 얼굴인식 30초만에 건강 측정 ‘AI음주케어’ 국내 첫 특허출원 치매 자가진단 테스트도 눈길 “디지털 서비스 고도화 힘쓸것” 최근 보험업계 화두는 ‘디지털 헬스케어’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의료·건강관리 서비스 디지털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NH농협생명(대표 김인태)은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앱)인 ‘NH헬스케어’를 내놓으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디지털 기능을 활용해 간편하면서도 체계적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NH헬스케어를 소개한다. ◆얼마나 걸어야 건강할까=걷기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말에 무작정 걷는 사람은 많지만 나에게 몇걸음이 적절한지 알고 운동하는 사람은 드물다. NH헬스케어는 가입할 때 몸무게와 키, 운동 목표를 설정하면 나에게 딱 맞는 하루 걸음 목표치를 안내해준다. ‘랜선텃밭 가꾸기’ 서비스는 걷기 운동에 동기 부여를 해줘 특히 인기다. 랜선텃밭 가꾸기는 쌀·고구마 등 20가지 농작물 가운데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하루 걷기 운동 목표를 달성하면 농작물이 자라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쌀을 선택하면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새싹이 움트고 초록색 벼가 노랗게 익어가는 식이다. 걸음 목표를 달성한 7일째에는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다. 농작물을 20개 모으면 포인트로 전환하거나 기부할 수 있다. 황준성 농협생명 CPC전략부 마케팅지원팀 과장보는 “랜선텃밭 가꾸기는 걷기 운동으로 건강도 챙기고 기부 같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에 동참할 수 있어 소비자 호응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1년간 농작물 20개를 수확하면 농협생명 ‘꼭필요한NH신의료보장보험’의 보험료 10%를 최대 5년간 깎아주는 것도 장점이다. ◆디지털로 관리하는 건강=NH헬스케어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건강상태를 진단하고 식단·음주량까지 측정해준다. ‘AI 얼굴인식 서비스’는 카메라로 얼굴을 비추면 30초 만에 심장박동수·호흡수·스트레스지수 등을 측정해 결과를 알려준다. 호흡이나 심장박동수가 지나치게 빠르거나 느리지는 않은지 건강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AI 푸드렌즈’는 음식을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식단을 인식해 열량과 영양성분을 자동으로 분석해준다. 적정 칼로리보다 많이 섭취하지 않았는지, 부족한 영양소는 무엇인지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다. ‘AI 음주 케어’는 국내 최초 특허를 출원한 서비스로 맥주·막걸리 등 술병을 촬영하면 도수·열량·용량부터 가격까지 파악해 알려준다. 측정 결과는 달력에 기록돼 과하게 술을 마시진 않았는지 점검할 수 있다. 본인 주량을 초과해 술 마시는 빈도가 지나치게 늘면 상담을 권유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맞춤 운동 추천 서비스’와 ‘복약 알림 기능’도 유용하다. 통증 부위와 운동 목표 등을 입력하면 매주 맞춤형 운동 동영상을 추천해준다. 예를 들어 통증 부위로 어깨, 운동 목표로 체력 증진, 운동 능력으로 초급을 택하면 6주에 걸쳐 어깨 통증 예방 운동, 근력 강화 운동 등을 안내해주는 식이다. 복약 알림 기능은 먹어야 할 약 종류와 주기를 입력해두면 해당 시간에 알림으로 알려준다. ◆고령층을 위한 ‘실버 케어 서비스’=고령층 맞춤형으로 ‘실버 케어 서비스’도 마련돼 있다. 서비스를 활용하면 4만개가 넘는 전국 요양시설 정보를 한번에 찾아볼 수 있다. 또 ‘요양시설 연계 서비스 신청’ 기능을 이용하면 거주지와 상황에 따른 맞춤형 요양시설 정보를 24시간 내로 안내해준다. 앱에서 시설 조회는 물론 예약 상담까지 빠르고 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 치매가 걱정되는 고령층을 위한 치매 자가진단 테스트도 있다. 설문에 답하면 치매 평가점수와 예방수칙을 안내해준다. 앱을 통해 ‘수박게임’과 ‘꽃게임’ 등 치매예방게임을 하며 건강도 지키고 재미까지 얻을 수 있다. 농협생명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서비스 고도화에 꾸준히 힘쓸 계획이다. 황 과장보는 “내년 중으로 랜선텃밭 가꾸기로 재배한 농작물을 고객이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해 농가소득 증진을 돕고 ESG 경영을 실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를 연계해 지난 10년간 건강검진 기록을 앱에서 한번에 확인하는 서비스도 내년 1월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소진 기자 2022-12-16 00:00 -
[우리동네 핫플] 호두과자, 그 안에 든 건 천안의 자존심
[우리동네 핫플] (13) 충남 천안시청 ‘천안 호두과자엔 국산 호두가 없다’ 10여년전 여론 뭇매에 특단의 대책 시청 청사 안에서 ‘호두과자점’ 운영 우리농산물로만 만들며 명성 지켜 ‘겉바속촉’ 그안엔 큼직한 광덕호두 천안시청 안 과자점에서 만든 호두과자. 호두는 물론 밀·팥 모두 천안산이다. 특히 품질 좋은 광덕호두가 4분의 1 이상 들어간다. ‘천안에 호두과자가 있을까?’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뚝뚝 떨어지는 요즘 간절해지는 주전부리가 있다. 가운데를 무지르면 벌건 팥소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한입 베어 물면 엇구수한 호두기름이 혀를 이롭게 하는 호두과자다. 문득 충남 천안에 호두과자가 아직도 있을지 궁금했다. 기자가 말하는 ‘천안 호두과자’는 천안산 호두가 들어간 ‘진짜 호두과자’를 뜻한다. 외국산이 우리 식탁을 점령한 지 오래인 지금 국산 호두가 들어간 과자를 찾는다는 건 미션임파서블일까. 그래도 일말의 기대를 안고 무작정 호두과자의 성지, 천안으로 향했다. 박상돈 충남 천안시장이 시청 안 호두과자점에서 만든 호두과자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시청에 ‘진짜’가 나타났다=“천안에 국내산 호두가 들어간 ‘진짜 호두과자’가 있을까요? 없을 것 같은데….” “기자님, 무슨 말씀을 그리 섭섭하게 하세요. 등잔 밑이 어둡다고 청사 안에서 맛보실 수 있습니다.” 15일 오전 9시 천안시청을 찾아 국내산 호두가 들어간 과자 행방을 물었더니 유선자 행정지원과 주무관의 대답이 시원하다. 청사 주차장에서 입구를 통과해 1층 복도를 가로질러 가면 끝에 한갓진 카페가 하나 나온다. 들어가는 문을 기준으로 카페 왼편에 ‘천안 명물 호두과자’라는 간판이 이방인을 맞이한다. 이곳에서 그 이름도 유명한 ‘광덕호두’가 들어간 과자를 만들어낸다. 호두만이 아니다. 팥과 밀 모두 천안에서 난 농산물을 쓴다. 천안 호두과자 명맥을 잇는 곳이 바로 여기렸다. 3차원 세계에서 자고로 명소란 장소는 물론 시간 조건도 중요하다. 9시에 영업을 개시하는데 30분 정도 기다리면 갓 구워낸 문문한 호두과자가 탕탕 소리를 내며 기계에서 튀어나온다. ‘진짜 호두과자’ 맛을 물어보신다면? 안 먹어봤다면 개코쥐코 말을 마시라. 지금까지 먹어온 휴게소 호두과자와는 차원이 다르다. 겉은 바삭한데 속은 촉촉하다. 호호 불어가면서 먹어야 할 팥소는 다른 과자랑 견줘 단맛이 덜하고 빵은 약간 거친 감이 있다. 심혈을 기울여 빵을 굽던 문흥대 기사(70)가 한마디 거든다. “팥에 들어가는 설탕을 20%가량 줄였어요. 팥 본연의 단맛을 살리려고요. 그리고 우리밀 식감은 약간 거친 게 특징인 거 아시죠?” 좋은 재료의 향연, 그 화룡점정은 단연 호두가 장식한다. 호두 4분의 1 이상이 과자에 들어가니 고소함과 단맛이 서로 경쟁하듯 미각을 공략한다. 호두는 동남구 광덕면에서 나는 것을 쓴다. 지방과 단백질이 풍부하고 고소한 맛이 오래가 국내에서도 최고 품질을 자랑한다. 지역 먹거리 명맥을 잇는 만큼 시장을 포함한 시청 공무원의 호두과자 사랑도 남다르다. 전국 주요 행사 등에 참석할 때 선물용으로 두 손 가득 챙겨 간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천안 호두로 만든 과자라고 하면 남녀노소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 없다”면서 “재료가 모두 국내산이라 건넬 때 자랑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호두과자 한개가 구워지는 데는 3분가량 걸린다. 오전 9시에서 9시30분 사이 방문하면 뜨끈뜨끈한 호두과자를 맛볼 수 있다. ●교통 요지에서 꽃피운 주전부리=‘왜 천안은 호두과자 성지가 됐을까?’ 누구나 한번쯤 품을 만한 의문이다. 무엇보다 천안은 교통의 요지였다. ‘천안 삼거리 흥∼ 능수야 버들은 흥∼’으로 시작하는 민요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경상도나 전라도에서 한양을 가려면 이 지역을 꼭 통과해야 하는 삼남대로 중심이었다. 기찻길이라고 예외랴. 과거에는 케이티엑스(KTX)와 같은 고속열차가 없었으니 탑승 시간이 만만찮았다. 전남 목포나 부산에서 출발한 서울행 기차는 천안에서 한참을 쉬었단다. 이에 착안한 한 과자점 주인이 호두를 넣은 주전부리를 객차와 역사 안팎에서 팔았단다. 각지에서 모여든 이들이 천안 호두과자의 감미로운 맛에 반했으니 전국으로 명성이 퍼져 나가는 것은 시간문제였을 터. 전국 어느 휴게소를 가도 호두과자를 팔지 않는 곳이 없는 이유다. 양질의 호두를 구하기 쉽다는 점도 한몫했다. 천안은 한반도 최초의 호두 재배지로 알려진 곳이다. 700여년 전 고려 충렬왕 때 유청신이라는 사람이 원나라에서 호두 묘목과 열매를 가져와서는 나무는 지금의 광덕사에 심고, 열매는 자기 집 앞마당에 뿌렸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시배지답게 천안에서는 330㏊(100만평)에서 120여농가가 연간 호두 130t을 생산한다. 빨리 만들어 팔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문씨는 “기계 예열이 오래 걸려서 그렇지 보통 과자 하나를 만드는 데 3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면서 “과거 열차에서 삶은 달걀과 사이다·호두과자를 먹었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고 했다. ●뿔난 호두농가 반격에 나서다=사실 시청 건물에서 국내산 재료로 만든 호두과자를 판매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2010년초 한 언론에서 ‘천안 호두과자엔 국산 호두가 없다’는 사실을 알리며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이에 지역 먹거리 명맥을 이어가겠다며 2012년 시청에 지금의 과자점이 들어선 것이다. 그런데 다른 호두과자점의 저항이 거셌다. 외국산 호두를 쓰는 업체에서 영업에 타격을 입을까 봐 시청에 호두과자점이 들어서는 것을 강하게 반발했다. 그래서 그 나름대로 절충안이 나왔다. 당시 호두과자점 입점을 추진했던 한 공무원의 말이다. “여기서 파는 양이 정해져 있어요. 하루에 24개들이 선물용 세트를 50개 이상 판매하지 못합니다.” ‘국산 호두가 들어가지 않은 호두과자’가 만연한 현실을 타개하려는 움직임도 생겨났다. 홍순필 천안호두유통센터 대표가 분통을 터뜨리며 이렇게 얘기했다. “몇몇 과자점에서 접촉을 해오는데 실제로 우리 호두를 쓰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단가가 맞지 않는다며 외면하는 거죠. 외국산 호두를 쓰면서 ‘천안 호두과자’라고 파는 게 과연 맞느냐 이거죠.” 뿔난 호두농가가 제대로 된 호두과자를 탄생시켜보자며 힘을 합쳤다. 올해 11월 광덕면에 ‘천안 호두과자 판매장’이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만드는 과자는 개성이 넘친다. 먼저 밀 대신 우리쌀을 쓴다. 안에는 팥이 아니라 노란색 단호박 소가 들어간다. 일반 호두과자보다 좀더 쫀득하고 단맛이 강하다. 영농조합 직영이라 과자에 들어가는 호두도 큼지막하다. 홍 대표는 “과자점이 천안·공주간 도로에 있어 일부러 과자를 사러 오는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면서 “앞으로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고품격 호두과자를 생산하는 데 열정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안 명소 ‘조선의 별이 된 홍대용’ 천안에 호두과자만 있는 게 아니다. 오랫동안 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곳인 만큼 곳곳에 둘러볼 만한 명소가 많다. 천안은 조선 후기 실학자 홍대용(1731∼1783년)의 고향이다. 그래서 동남구 수신면에 홍대용과학관이 들어섰다. 1층엔 국내 최초로 들어선 3D 천체투영관이 있어 전용 안경을 쓰고 대형 반구로 된 화면에서 밤하늘 별자리나 우주유영 등의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3층에는 홍대용의 삶, 교류했던 인물, 천문학과 과학사상을 접하게 된 경로 등을 배울 수 있는 ‘홍대용 주제관’이 운영된다. 4층 관측실에서는 태양의 흑점과 행성ㆍ성운ㆍ달 등을 망원경 등으로 관찰할 수 있다. 천안에는 전국 수학여행 필수 코스인 독립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일제 식민지배 실상을 파악할 수 있는 제2전시관, 독립운동 투쟁사를 엿볼 수 있는 제3전시관,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제6전시관 등으로 구성됐다. 이밖에 울창한 소나무숲으로 우거진 태학산 자연휴양림, 중부권 최대 온천단지로 주목받는 천안종합휴양관광지, 쇼핑몰ㆍ영화관ㆍ먹자골목 등이 어우러져 있는 아라리오광장도 천안에서 손꼽히는 명소다. 천안=이문수 기자, 사진=현진 기자 2022-12-16 00:00 -
[시인의 詩 읽기] 연하장과 ‘사회적 연말정산’
‘가다’. 우리가 거의 매일 주고받는 일상 언어다. 한해가 간다. 겨울이 간다. 하루가 간다. 이뿐이랴, 사랑도 가고 사람도 간다. 인생도, 시대도 간다. 가야 온다. 낡은 것은 가고 새것이 온다. 하지만 우리는 이 자명한 사실을 자주 잊는다. 속도와 효율을 우선하는 도시적 삶이 낮과 밤의 경계를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24시간 사회’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사정이 더 나빠졌다. 일터와 집, 노동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삶의 리듬이 깨졌다.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자 심리적 괴리가 일어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외로움·무력감·우울감이 신종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있다. 아침과 저녁이 사라지고 봄가을이 순식간에 지나가지만 연말연시는 아직 엄연하다. 정성스레 주소를 쓰고 우표를 붙이던 시절은 지나갔지만 이맘때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이 난다. 한두줄 덕담에 희망찬 이미지를 덧붙여 여기저기 보내고 또 그만큼 받기도 한다. 스마트폰을 열어놓고 연하장 보낼 사람을 가려낼 시간이다. 내가 그렇듯이 누군가 또한 내 연락처를 놓고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른다. 나는 이 세시 풍속을 ‘사회적 연말정산’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번 연말에는 송구영신 메시지 보낼 사람이 더 생기셨기를! 그리고 누군가에게 잊히지 않으셨기를! ‘인간은 없다. 인간관계가 있을 뿐이다.’ 심리학자 아들러가 남긴 말이다. 한해를 돌아보며 ‘본래의 나’가 되거나 철이 들어 언행을 조심하게 되는 일, 이 모두 ‘나’를 둘러싼 관계를 성찰해야만 가능하다. 관계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말소리’와 ‘발걸음’은 절대 달라지지 않는다. 이문재 (시인) 2022-12-16 00:00 -
[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432) 곤줄박이
산신령이 꿈에서 준 큰 선물 새 소리를 알아듣게 되는데 억보는 스물두살 노총각이다. 5년 동안 최 진사네 머슴살이해주고 새경으로 악산 하나를 받았다. 동네에서 한식경이나 떨어진 그 산자락에 초가삼간 지어놓고 혼자 살고 있다. 억보는 일가친척도 없는 혈혈단신이지만 힘이 장사고 부지런한 데다 성품이 착하다. 산비탈에 나무를 캐고 돌멩이를 주워 치우고 화전 밭뙈기를 만들어 콩 심고 조 심고 들깨도 심었다. 감나무와 밤나무도 심어 겨울이면 뜨끈뜨끈하게 군불을 지펴두고 아랫목에 앉아 다락의 홍시도 꺼내 먹고 화로에 밤도 구워 먹으며 콧노래를 부른다. 억보는 새를 좋아한다. 참새떼·박새떼가 들깨를 쪼아 먹어도 훠이 소리 한번 지르지 않는다. 찌르레기란 녀석들은 시끄럽게 몰려와 감이 익는 족족 다 쪼아 먹지만 억보는 느긋하게 미소 지으며 구경한다. 곤줄박이는 사람을 겁내지 않는다. 손바닥에 들깨를 한 움큼 쥐고 있으면 팔뚝이며 어깨, 머리 위에도 바글바글 앉아 짹짹거리며 들깨를 쪼아먹는다. 밭에서 일할 때도 곤줄박이는 어깨에 앉고 장날이면 이십리나 떨어진 저잣거리에 갈 때도 곤줄박이들은 어깨 위나 지게 위에 앉아 조잘거린다. 장에 가면 억보는 곤줄박이들이 모처럼 대접받을 것을 기대하고 좋아서 팔짝팔짝 뛴다. 파장 때가 되면 땅콩장수는 팔다 남은 찌꺼기와 부스러기 땅콩을 한 됫박이나 갖다준다. 억보와 곤줄박이는 장날에 구경거리가 됐다. 억보는 콩이다 들깨다 화전밭에서 추수한 곡식을 몽땅 장에 내다 팔지 않는다. 겨우내 산새들이 배고프지 않게 넉넉히 남겨둔다. 억보네 화전 밭뙈기 뒤로는 산신령이 산다는 선학산이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았다. 그는 매일 아침 눈만 뜨면 산신령께 큰절을 세번 올려 무병 무탈함에 감사인사를 드린다. 모아놓은 돈은 없어도 걱정은 하지 않는다. 어느 날 밤 꿈속에 흰 수염을 휘날리며 산신령이 나타나 “네게 큰 선물을 줄 테니 착한 일에 써먹어라” 하고 말했다. 하도 생생해서 그날 아침에는 북어포를 놓고 절을 올렸다. 꿈속 선물을 까맣게 잊어버렸는데 어느 날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뭐라고? 유 참사네 삼대독자가 다 죽어간다고?” 곤줄박이들이 머리맡에서 지저귀는 소리가 억보 귀에 또렷하게 들리는 것이다. 깜짝 놀랐다. 다시 귀를 기울이자 “대들보 위에 똬리를 틀고 있는 검정지네를 없애야 하는데”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억보는 벌떡 일어나 짚신을 신는 둥 마는 둥 냅다 뛰어 동네로 가서 고래 대궐 같은 유 참사 집에 갔다. 문을 쾅쾅 두드리자 하인 하나가 나와서 억보를 힐끗 보더니 대문을 닫아버렸다. 쾅쾅 발로 대문을 찼더니 그 하인이 “집안에 우환이 있으니 조용히 물러나거라” 하며 대문을 열지 않고 위협적인 말로 언성을 높였다. 이번에는 커다란 돌멩이를 들고 대문을 부술 듯이 내리치자 나이 지긋한 집사가 나왔다. 말도 하지 않고 밀치고 들어가 부엌 아궁이에서 불꽃이 너울거리는 장작을 들고 뒤꼍에서 사다리를 가지고 대청으로 들어가 대들보 위에 올라 장작불을 대니 ‘찌익’ 길이가 대여섯자나 되는 새카만 지네 한쌍이 쿵 대청에 떨어졌다. 식구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억보는 벌겋게 달아 있는 장작으로 지네를 지졌다. 그때 안방에 누워서 가느다란 숨을 할딱이던 삼대독자 유 참사 손자가 “으아악” 고함을 지르고는 땀범벅이 돼 벌떡 일어나 머리맡의 꿀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3년 동안 팔도강산에 용하다는 의원을 다 불러도 차도가 없던 삼대독자를 억보가 단숨에 살려낸 것이다. 유 참사는 억보의 두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유 참사는 억보에게 아담한 기와집 한 채와 문전옥답 서른마지기를 줬지만 동네 기와집으로 이사 가지 않고 산자락에 머물렀다. 땅콩 한가마를 사와 곤줄박이를 비롯해 모든 새들에게 뿌려줬다. 억보는 무릎을 쳤다. 산신령님의 선물은 바로 곤줄박이 말을 이해하는 능력이라는 것을 알았다. 유 참사 삼대독자를 살린 것뿐만이 아니다. 장날마다 어수룩한 농민들을 울리던 야바위꾼들이 결딴나고 소매치기들도 곤줄박이들에게 두손을 들고 도둑놈들도 일망타진했다. 꽃 피고 새 우는 이듬해 춘삼월 억보는 유 참사의 막내딸과 혼례식을 올렸다. 2022-12-16 00:00 -
[화제] “돌봄·교육서비스 통해 사회적농업 활성화”
[화제] 경북 영주 발효체험학교 ‘띄움’ 현장 가보니 누룩쿠키·반려식물 수업 한창 중학생 10여명 모여 왁자지껄 취약 아동·홀몸어르신과 함께 정기적 활동…심리 안정 도와 7일 발효체험학교 ‘띄움’에서 영광중학교 학생들이 반려식물 심기 수업을 통해 완성한 포인세티아 화분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번 시간에는 포인세티아를 이용해서 반려식물 심기를 배워볼 거예요. 제가 시범을 보일 테니 하나씩 따라 해보세요.” 7일 오후 2시 경북 영주시 안정면 신전리에 있는 발효체험학교 ‘띄움’에서는 누룩쿠키 만들기와 반려식물 심기 수업이 한창이었다. 교육생은 인근 영광중학교에서 온 학생 10여명. 학생들은 각자 만든 쿠키를 자랑하고 포인세티아를 심은 화분을 비교하며 왁자지껄한 모습이었다. 이날 학생들은 이보영 띄움 대표(48)를 따라 어설프지만 분주한 손놀림으로 자신만의 창작물을 하나씩 완성했다. 띄움은 올해초 농림축산식품부 사회적농업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돼 지역의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돌봄·교육 등을 제공하는 곳이다. 지원사업은 농업을 통해 취약계층 대상 돌봄·교육·일자리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농업 활동을 확산하고,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이 농촌의 부족한 사회서비스를 스스로 공급할 수 있도록 서비스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현재 전국 14개 시·도에서 사회적농장 83곳과 지역 서비스공동체 22곳이 운영 중이며, 이동식 세탁과 집수리 등 주민 생활복지 서비스를 개선하고 농장을 통한 고령자 돌봄과 일자리 제공으로 농촌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대표는 “2010년 아버지로부터 양조장을 이어받아 운영하며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도중 지인을 통해 사회적농업을 접하면서 지난해 사업에 응모했고 운 좋게 선정됐다”며 “지금은 취약계층 아동과 청소년, 홀몸어르신과 함께 한달에 많게는 4회 정도 농업을 기반으로 교육을 하며 이들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는 막걸리 빚기가 주 체험 수업이었던 띄움은 사회적농장으로 선정되면서 아동을 대상으로 ‘슬기로운 텃밭생활’ ‘슬기로운 밥상생활’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슬기로운 텃밭생활에서는 당근·토마토·고추·고구마 등 텃밭작물의 파종부터 수확까지 함께하며 농작물을 알아가고, 슬기로운 밥상생활을 통해 텃밭에서 직접 수확한 농작물로 요리하며 요리법·효능 등을 배울 수 있다. 청소년과 어르신에게는 원예와 공예 등을 바탕으로 서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변훈군(15)은 “이런 프로그램을 처음 접해봤는데 생각보다 재밌고 유익했다”면서 “친구들과 결과물을 비교하며 웃고 떠들면서 스트레스도 풀 수 있어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들 반응은 이 대표가 추구하는 사회적농업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농업이 반드시 필요하고 사회적농업이 이를 실현해줄 수 있는 방안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사회적농업은 농업을 공통분모로 사회적 약자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게 아니라 함께 공유하고 느끼고 위로받는 활동”이라며 “내년에는 방문요양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홀몸어르신들 우울감을 해소하고 영양을 개선하는 역할에 앞장서고 싶다”고 밝혔다. 영주=김동욱 기자 2022-12-16 00:00 -
전남지역 45%·오리 57% ‘집중’…AI 차단방역 수칙 꼭 지켜야
[고병원성 AI 방역의식 다시 죄자] 전남, 12월들어 거의 매일 검출 4개 시·군 ‘예방적 살처분’ 확대 오리농장 사육시설 열악 ‘위험’ 산란계 확산 땐 달걀값도 불안 계열화사업자 책임 강화 ‘고삐’ ‘전남과 오리.’ 연말로 접어들면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양상이 위의 2개 키워드로 수렴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0월19일∼12월12일 55일간 가금농장 AI는 전국적으로 42건이 발생했다. 특히 이 가운데 전남지역에서만 19건(45%)이 나타났다. 11월30일까지 최다 발생지역인 충북(9건)을 누르고 압도적 1위다. 전남지역 시·군으론 나주 6건, 영암·무안 각 4건, 함평 2건, 곡성·장흥·고흥 각 1건 등이다. 11월까지만 해도 발생건수가 장흥·나주(3건)·고흥 등 3개 시·군 5건에 불과했지만 12월2일 이후 12일까지 하루(7일)를 제외하고 매일 검출됐다. 이 기간 다른 지역에선 전북 고창 육용오리 농장 1곳을 제외하곤 발생이 전무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역이 전남으로 대표된다면, 축종은 오리가 크게 앞선다. 육용오리 17건, 종오리 7건 등 24건이 오리에서 발생했다. 닭은 16건(산란계 11건, 육계·종계 5건)으로 상대적으로 적다. 이밖에 메추리·관상조가 각 1건이다. 이같은 특징은 방역당국 움직임과 궤를 같이한다. 고병원성 AI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정황근·농식품부 장관)는 11일 무안·함평지역에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500m 내 가금 전체 축종 및 오리에서 발생 시 500m∼2㎞ 내 오리 추가 살처분’으로 확대했다. 즉 AI 발생농장 500m 이내 가금류는 전부 살처분하고, 특히 오리에서 발생했다면 500m 밖 2㎞ 이내 또 다른 오리 농장도 추가로 살처분하겠다는 것이다. 적용 기간은 24일까지 2주간이다. 중수본은 앞서 5일 나주·영암지역에도 같은 조치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이러한 내용으로 예방적 살처분 범위가 확대된 곳은 나주·영암·무안·함평 등 전남 4개 시·군으로 늘어났다. 방역당국이 한층 강력한 조치를 시행하는 건 전남지역 가금농장간 수평전파를 차단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전남지역 발생속도는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우려하는 수준으로 번졌다. 한 총리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계장관회의 및 코로나19 중대본회의’ 모두발언에서 “나주·곡성·영암 등 전남지역에 발생이 집중되고, 가족 또는 동일인이 관리하는 농장들에서 바이러스 전파가 확인되는 등 지역 확산 위험도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사육시설과 긴 잠복기 등 방역에 취약한 오리농장에서 감염사슬을 끊어내지 않고선 산란계 농장도 안전하지 않다는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오리고기는 기호식품이지만 달걀은 필수식품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달걀(특란) 30개들이 한판당 소비자가격은 올가을 들어 국내 첫 발생일인 10월19일 기준 6470원에서 12월12일 기준 6740원으로 4%가 올랐다. 불안심리가 작용해 유통업체 재고 확보 수요가 가세한다면 가격은 언제든지 강세를 띨 수 있다는 게 농식품부의 판단이다. 방역당국은 축산계열화사업자에 대해서도 고삐를 죄고 있다. 현행 규정에는 계약사육농장에서 AI가 발생해 살처분하면 관련 정부 보상금은 농장이 아닌 계열화사업자에 지원된다. 그런 만큼 책임성을 크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방역당국의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계열화사업자가 계약사육농장에 방역 상황을 점검한 결과 미비점을 개선하지 않았을 때는 사업자에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또한 위탁사육농가에서 AI가 발생하면 살처분 비용은 해당 지방자치단체·계열화사업자가 분담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황근 본부장은 11일 나주 거점소독시설과 전남도청 방역대책상황실을 차례로 찾아 “방역의 중요한 3대 축은 ▲신속한 정밀검사 ▲민관 합동 소독 ▲농장주의 방역수칙 준수”라면서 “가금 농장주는 ‘핵심 차단 방역 5대 수칙’을 반드시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김소영 기자 2022-12-14 00:00 -
[과수산업, 청년농이 이끈다] 고품질로 승부…자체 브랜드로 가치 높여
[대한민국 과수산업 청년농이 이끈다] (3)·끝 감귤농가 양용석씨 예비지 관리·바닷물 시비 등 자신만의 노하우 ‘차곡차곡’ 최근 ‘2022 대한민국 대표과일 선발대회’에서 감귤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청년농 양용석씨가 활짝 웃고 있다. “어릴 때 ‘죽어도 농사 안 짓는다’고 결심했거든요. 그런데 아버지 부름을 받고 막상 내려와 하다보니 이것 참, 너무나 재미있는 거예요. 이젠 평생 해도 아깝지 않을 생업이 됐습니다.” 젊은 감귤농가 양용석씨(39·제주 서귀포)는 농사 예찬론자가 됐다. 2016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기업을 다녔던 그가 5년 만에 진성 농부로 변신한 계기는 뭘까. 양씨 부친은 도내에서 유명한 감귤농가다. 양광순 전 제주국제감귤박람회 조직위원장(서귀포시상공회장)으로 개인 선과장을 운영하면서 감귤산업의 한축을 담당하는 산지유통인이다. 아들 양씨는 자신의 과수원 9900㎡(3000평)에다 아버지 것을 포함해 전체 8만5900여㎡(2만6000평)를 2017년부터 사실상 도맡아 짓고 있다. 전량 노지감귤로 주력 품종은 <궁천>이다. 그러나 부친이 유명한 것과 농사는 별개였다. 타이벡 감귤인데도 첫해 시세가 서울 가락시장 평균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양씨는 2018년 해거리를 거쳐 2019년 전환기를 맞았다. 생산량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는데도 전체 수익은 오히려 2017∼2018년을 앞선 것이다. “과수원 배수작업을 하다가 나무 뿌리를 다치게 했는데 오히려 이것이 자극이 됐는지 품질이 크게 개선됐어요. 시세가 잘 나오는 것을 보고 고품질로 승부를 걸 것인지, 물량으로 밀어붙일 것인지 먼저 정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야 그에 맞는 농법을 적용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고품질을 선택했죠.” 2020년부터 지독한 감귤 공부가 시작됐다. 도농업기술원 등에서 하는 교육이란 교육은 다 쫓아다녔다. 집에서 과수원까지 차로 이동할 때조차 재배기술 유튜브를 틀어놨다. 선배 농민들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였다. 서귀포시 지정 1호 ‘감귤 명인’ 강만희씨(70)가 양씨의 스승이다. 관행을 거부하는 것은 그만의 노하우다. 약제는 해당 시기에 잘 팔리는 제품을 남들 따라 구입하는 게 아니라 평소 과수원 예찰을 꼼꼼히 해 적합한 것을 골랐다. 당도·외관 관리도 마찬가지다. 남들은 수확 무렵에야 당도를 관리하지만 양씨는 봄부터 준비한다. 나무가 봄순을 많이 확보하도록 한 뒤 꽃을 훑은 후 5월까지 예비지(豫備枝)를 관리하면 수세 확보에도 좋고 당도 올리는 데 그만이라는 것이다. 착색을 위해 현무암지대 바닷물을 적정 시비하고, 방풍망을 쳐 풍상과(강풍으로 표면에 상처가 생긴 과일) 발생률을 줄였다. 양씨는 최근 열린 ‘2022 대한민국 대표과일 선발대회’ 계측심사에서 평균 당도 15.3브릭스(Brix), 평균 산도 0.96%를 획득하면서 감귤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양씨는 “트렌드를 반영해 제초제·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저탄소 인증’을 받고 <하례귤향> <착한감귤> 등 자체 브랜드를 통해 부가가치도 높였다”면서 “농사가 대기업보다 낫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겠다”고 밝혔다. 김소영 기자 2022-12-14 00:00 -
[‘농민신문’ 디지털 대전환] 최신 농업정보 읽고 듣고…“영농·일상 늘 함께하죠”
[지령 6000호 '농민신문' 디지털 대전환 막 올랐다] 4·끝 2023년 ‘디지털농민신문’으로 하루 여는 김농신씨 가상 일과 오전 7시면 ‘오늘의 뉴스’ 알람 설정해둔 관심 분야 기사 읽어 맞춤형 기상정보로 피해 예방 농산물유통 거시적 안목 쑥쑥 선진농가 영농기술 공유 쏠쏠 일러스트=이철원 <농민신문>이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내년 4월초 <디지털농민신문> 출시를 앞두고 농업계 안팎에서 기대감이 점차 커진다. 자신의 관심사에 맞게 뉴스를 고를 수 있고, 다양한 주제의 ‘프리미엄 콘텐츠’도 만나볼 수 있다. 가상인물 김농신씨 이야기로 <디지털농민신문> 출시 후 달라진 농민의 미래 일상을 들여다봤다. 전남 해남에서 아버지와 함께 배추·키위 농사를 짓고 한우를 키우는 김농신씨(38)의 하루 일과는 동이 트기 전부터 시작된다. 매일 오전 7시, 스마트폰에 깔아둔 <디지털농민신문> 앱에서 ‘오늘의 뉴스’ 알람이 울리면 조건반사적으로 접속한다. 4월초 <농민신문>에서 서비스를 개시했는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앱을 구동하자마자 김씨가 관심을 기울일 만한 볼거리가 좌르르 쏟아진다. 맨 위 화면에 ‘올해 배추농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배추무름병 주의해야…’라는 기사와 ‘현지 물류 사정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주춤…비육우 가격 강세’라는 제목의 기사가 뜬다. 앱에 가입할 때 설정란에서 자신의 관심사항을 미리 입력해놓길 잘했다. 며칠 전에는 식탁에서 부모님과 아열대작물을 재배하는 외삼촌 앞에서 열띤 강연을 펼쳤다. 주제는 ‘<디지털농민신문>의 활용과 실생활 적용법’이었다. 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어르신들과 스마트폰을 함께 보며 일일이 설명하느라 목이 다 쉬어버렸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식사를 마친 아버지가 인공지능(AI) 기술이 읽어주는 ‘바로 듣기’ 기능을 활용해 배추 기사를 읽고, 아니 듣고 계신다. “아들아∼ 세상이 이리도 좋아졌냐. 눈이 침침해서 신문 읽기가 좀 거시기했는디 이제는 나도 뉴스를 들으면서 훨씬 똑똑해지것어. 하하∼” 외삼촌도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아야∼ 앱 안에 소통마당이라고 있더라. 나처럼 아열대작물 기르는 사람들을 여럿 봤다. 다음주에는 근처 식당에서 모임을 가지기로 했어야∼”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김씨는 <디지털농민신문>의 변화를 누구보다 가깝게 체감한다. 특히 자신이 속한 지역 농·축협을 중심으로 동네 소식을 발빠르게 전해 들을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 ‘우리농협뉴스’란을 자주 찾아보는 이유다. 오늘자 우리농협뉴스도 반응이 뜨겁다. 바로 옆동네 친구 집에서 세쌍둥이 송아지가 탄생했단다. 참으로 경사가 아닐 수 없다. 문득 <디지털농민신문>을 읽으면서 최근 인터넷 기사로 본 미국의 지역 디지털 매체 ‘샬롯 어젠다’ 사례가 떠올랐다. 생활밀착 기사를 생산해내면서 웬만한 중앙 언론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김씨는 혼잣말로 다짐했다. “농사지으면서 재미난 일화가 있으면 <농민신문>에 꼭 제보해야겠군.” 밭 상태를 둘러보고, 소에 사료를 주느라 오전이 후딱 지나가버렸다. 점심을 먹고 나니 졸음이 몰려온다. 낮잠을 청하려던 순간 어머니의 지청구가 떨어진다. “경운기 타이어 알아본다더니 깜깜무소식이여∼ 빨랑 안 일어나?” 어머니의 불호령에 다시금 <디지털농민신문>에 들어간다. 여기엔 농민 ‘직거래마당’이 있다. 다행스럽게 전남 나주에서 쓴 지 얼마 되지 않은 타이어를 저렴하게 판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주저하지 않고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오후 3시에 직접 가지러 가겠노라고 의사를 표시했다. 농사는 하느님과 동업해야 하는 것이 농민의 운명. <디지털농민신문>은 발 빠르게 기상정보를 제공해주는 점도 마음에 쏙 든다. 2주 전엔 저온피해 경보를 푸시알림으로 전해줘 과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김씨가 특별히 관심 있어 하는 기사들은 ‘프리미엄 콘텐츠’에 몰려 있다. 이 가운데 ‘유통 분야’ 정보를 많이 찾아본다. 경매사, 농업단체, 통계청, 대형마트 MD(상품기획자) 등 다양한 취재원에게서 나오는 정보를 취합해 분석해주니 농산물 유통의 거시적 안목을 키우기 더없이 좋다. ‘최고 농부의 최고 비결’도 유익하다. 다양한 분야에서 고소득을 올리는 선진농가의 영농기술을 전수해주는 것은 기본이요 주인공의 소소한 일상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부자될 결심’이라는 코너도 즐겨찾기를 해놓은 상태. 월 2회 이상 농민에게 맞춤형 재무설계를 해주는 게 핵심이다. 세무·회계·법률 전문가가 함께 특정 농가를 찾아 매출액·대출규모·납세현황은 물론 국내외 농산물 시장분석까지 해준다. ‘프리미엄 콘텐츠’의 즐거움엔 끝이 없다. 파크골프계 고수의 레슨부터 전통주 소믈리에가 전하는 우리 술 이야기, 농민과 어르신에게 특화된 건강정보 등 문화 소양을 쑥쑥 올려줄 글과 영상이 쉼 없이 올라온다. 저녁을 먹고 배를 두드리며 NBS한국농업방송을 시청하는 김씨의 스마트폰 벨소리가 다급하게 울린다.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니며 귀농을 준비하고 있는 사촌형 전화다. “네이버·다음 포털에서 <농민신문> 기사가 인기 순위에 심심찮게 오르던데 너 그 신문 알아?” “형! 귀농할 거라면서 <농민신문>도 모르면 어떡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농업전문지고, 신문 유료부수 순위도 다섯손가락 안에 꼽혀요. 종이신문은 물론이요 PC·스마트폰으로도 <디지털농민신문>에 접근할 수 있으니 빨리 구독하세요잉∼” 사촌형과 통화를 끝내자 <농민신문>을 열독해온 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실시간으로 농업 최신 정보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니 그야말로 격세지감. 지금까지 함께한 나날보다 앞으로 함께할 미래가 훨씬 궁금해지는 <농민신문>이다. 다음호에는 어떤 기사가 뜰까. 알람이 뜰 내일 오전 7시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디지털농민신문>의 단점을 굳이 뽑자면 시간을 더디 흘러가게 한다는 점이다. 이문수 기자 2022-12-1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