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산업, 청년농이 이끈다] 고품질로 승부…자체 브랜드로 가치 높여

입력 : 2022-12-14 00:00

[대한민국 과수산업 청년농이 이끈다] (3)·끝  감귤농가 양용석씨 

예비지 관리·바닷물 시비 등

자신만의 노하우 ‘차곡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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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22 대한민국 대표과일 선발대회’에서 감귤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청년농 양용석씨가 활짝 웃고 있다.

“어릴 때 ‘죽어도 농사 안 짓는다’고 결심했거든요. 그런데 아버지 부름을 받고 막상 내려와 하다보니 이것 참, 너무나 재미있는 거예요. 이젠 평생 해도 아깝지 않을 생업이 됐습니다.”

젊은 감귤농가 양용석씨(39·제주 서귀포)는 농사 예찬론자가 됐다. 2016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기업을 다녔던 그가 5년 만에 진성 농부로 변신한 계기는 뭘까.

양씨 부친은 도내에서 유명한 감귤농가다. 양광순 전 제주국제감귤박람회 조직위원장(서귀포시상공회장)으로 개인 선과장을 운영하면서 감귤산업의 한축을 담당하는 산지유통인이다. 아들 양씨는 자신의 과수원 9900㎡(3000평)에다 아버지 것을 포함해 전체 8만5900여㎡(2만6000평)를 2017년부터 사실상 도맡아 짓고 있다. 전량 노지감귤로 주력 품종은 <궁천>이다.

그러나 부친이 유명한 것과 농사는 별개였다. 타이벡 감귤인데도 첫해 시세가 서울 가락시장 평균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양씨는 2018년 해거리를 거쳐 2019년 전환기를 맞았다. 생산량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는데도 전체 수익은 오히려 2017∼2018년을 앞선 것이다.

“과수원 배수작업을 하다가 나무 뿌리를 다치게 했는데 오히려 이것이 자극이 됐는지 품질이 크게 개선됐어요. 시세가 잘 나오는 것을 보고 고품질로 승부를 걸 것인지, 물량으로 밀어붙일 것인지 먼저 정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야 그에 맞는 농법을 적용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고품질을 선택했죠.”

2020년부터 지독한 감귤 공부가 시작됐다. 도농업기술원 등에서 하는 교육이란 교육은 다 쫓아다녔다. 집에서 과수원까지 차로 이동할 때조차 재배기술 유튜브를 틀어놨다. 선배 농민들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였다. 서귀포시 지정 1호 ‘감귤 명인’ 강만희씨(70)가 양씨의 스승이다.

관행을 거부하는 것은 그만의 노하우다. 약제는 해당 시기에 잘 팔리는 제품을 남들 따라 구입하는 게 아니라 평소 과수원 예찰을 꼼꼼히 해 적합한 것을 골랐다. 당도·외관 관리도 마찬가지다. 남들은 수확 무렵에야 당도를 관리하지만 양씨는 봄부터 준비한다. 나무가 봄순을 많이 확보하도록 한 뒤 꽃을 훑은 후 5월까지 예비지(豫備枝)를 관리하면 수세 확보에도 좋고 당도 올리는 데 그만이라는 것이다. 착색을 위해 현무암지대 바닷물을 적정 시비하고, 방풍망을 쳐 풍상과(강풍으로 표면에 상처가 생긴 과일) 발생률을 줄였다.

양씨는 최근 열린 ‘2022 대한민국 대표과일 선발대회’ 계측심사에서 평균 당도 15.3브릭스(Brix), 평균 산도 0.96%를 획득하면서 감귤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양씨는 “트렌드를 반영해 제초제·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저탄소 인증’을 받고 <하례귤향> <착한감귤> 등 자체 브랜드를 통해 부가가치도 높였다”면서 “농사가 대기업보다 낫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겠다”고 밝혔다.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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