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지역농산물로 ‘젤라토’ 상품화 청년농 김명준씨
홍시·고구마 등 제철 재료 사용
배 젤라토엔 시원한 맛 그대로
가평잣·논산딸기 이색 활용도
‘강원도농업인대상’ 수상 영예

강원 양양 한 마을에서 배 과수원을 운영하며 지역농산물을 주원료로 젤라토(이탈리아식 아이스크림)를 만들어 판매하는 청년농부가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현재 4-H 양양군연합회장으로도 일하고 있는 김명준씨(29).
앳된 얼굴이지만 김씨가 배농사에 뛰어든 건 벌써 8년째다. 이곳에서 44년째 1만3223㎡(4000평) 규모 과수원을 경영해온 아버지 김익환 낙산배농원 대표(63)의 농사를 어깨너머로 보고 자란 게 계기가 됐다. 다행히 낙산 배는 조선시대 임금에게도 진상됐던 지역특산품이기에 찾는 소비자도 자연히 많을 것이라 여겨지는 품목이었다.
그러나 김씨 생각은 아버지와 사뭇 달랐다. 단순히 과거처럼 배 생산·판매만 해선 최신 소비 트렌드를 따라잡기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 먹거리와 볼거리를 조합해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 포인트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물론 농산물 판로 확대도 농부로선 피할 수 없는 숙명. 고심 끝에 그는 젊은층이 선호하는 젤라토를 지역농산물로 만들어보겠다는 남다른 결심을 했다.
그렇게 과수원일을 하며 틈틈이 2년여간 서울을 오가며 젤라토 기술을 부지런히 배웠다. 어느덧 생산 공정이 조금씩 손에 익자 자신감을 얻은 데다 강원도농업기술원의 청년농업인 경쟁력 제고사업에 배 젤라토 기획안이 선정돼 교육비와 포장재 제작비 등을 지원받았다. 마침내 김씨는 지난해 11월 과수원 바로 옆에 99㎡(30평) 규모로 카페 ‘배배 젤라또’를 차렸다.
현재 그가 내놓는 젤라토 10여종은 낙산 배뿐 아니라 쌀·홍시·고구마·호두·서리태·체리 등 직접 혹은 주변에서 전부 농사지어 수확한 제철 재료로 만든다. 특히 배 젤라토엔 낙산 배 특유의 상큼함과 시원함이 그대로 담겼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때론 경기 가평 잣, 충남 논산 딸기같이 다른 지역 이름난 농산물도 재료로 활용해 색다름을 더한다.
김씨는 먹거리와 조화를 이룰 볼거리 또한 중요한 요소로 봤다. 카페 손님들이 사방의 통유리를 통해 고즈넉한 과수원 풍경을 사계절 감상할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했다.
흔히 말하는 밭 뷰(View)에 주목한 것. 덕분에 인근 유치원·초등학교에서 배 수확과 젤라토 시식을 연계한 체험학습도 종종 오고 있다. 이는 카페가 개업한 지 얼마되지 않은 기간에 문전성시를 이룬 또 다른 계기가 됐다.
최근 ‘2022 강원도농업인대상’ 미래농업육성부문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은 김씨. 그는 “우리농산물로 만든 건강한 젤라토를 맛보면서 동시에 자연을 만끽하는 삶의 여유를 주변에 계속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양=김윤호 기자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 게시판 관리기준?
-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 농민신문
- 페이스북
- 네이버블로그
-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