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활기 찾은 비결? ‘복작복작’ 어울리는 거죠

입력 : 2022-11-18 00:00 수정 : 2022-12-07 15:35

[지방소멸, 문제는 문화야! - 2부] 살고 싶은 농촌? 문화가 있는 농촌!

공동체 문화 꽃피운 전북 순창 두지마을

“마을 살리자” 청년들 뜻합쳐 

축제 열고 소모임 등 활성화

폐건물, 공유공간으로 변신

원주민·이주민간 유대감 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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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지마을에 귀농해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는 젊은 농부들. 왼쪽부터 조선영씨·김선영씨·구준회씨.

전북 순창군 풍산면 두지마을은 젊다. 주민이 50명 정도 되는 작은 마을이지만 이 가운데 40대 이하는 10여명으로 전체 주민의 3분의 1에 이른다. 두지마을엔 매년 새로운 귀농·귀촌 인구가 유입되고 있다. 금세라도 사라질 것 같았던 마을에 생기가 돌게 된 이유는 정 많은 원주민과 젊은 귀농·귀촌인이 함께 만든 끈끈한 지역공동체 문화 덕분이다.

소멸 직전 두지마을이 바뀌게 된 계기는 2012년 마을 전통이었던 당산제가 사라지면서부터다. 당산제가 없어진 사건은 ‘굴러온 돌’ 격인 귀농·귀촌인에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농촌다움이 없는 마을이 마치 서울 관악구 신림동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고민에 빠지게 된 것이다. 마을 청년들은 ‘파킹스톤(박힌 돌)’이라는 이름의 청년회를 만들고, 1년 가까이 준비한 끝에 남녀노소가 모두 참여하는 축제인 ‘소원을 담은 달집태우기’ 행사를 열었다. 자연스럽게 10년 뒤, 20년 뒤 마을 모습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는 시간도 가졌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 귀농한 구준회씨(46)는 “굴러온 돌이지만 박힌 돌이 되자는 마음으로 이름을 정하고 매월 날짜를 정해 자발적으로 마을을 청소하고 취미 소모임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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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순창군 풍산면 두지마을에 전남 담양 한빛고등학교 학생들이 농촌활동을 와서 그린 마을 벽화.

처음엔 미심쩍어하던 원주민들도 청년들의 적극적인 모습에 차차 마음을 열었다. 마을 청년들은 응원에 힘입어 ‘두지마을 연꽃 작은 음악회’를 열고 ‘겨울 문화 사랑방’을 꾸려 요가·판소리 등 취미교실을 진행했다. 또 마을 입구에 있던 농협 폐창고를 고쳐 공유 공간인 두레방을 만들고 도서관과 마을 사랑방도 꾸렸다. 마을이 뭉치자 인근 고등학교와 새로운 인연을 맺는 경사도 생겼다. 전남 담양 한빛고등학교 학생들은 매년 두지마을로 농촌활동을 와서 농사일을 돕고 마을 벽화를 그린다.

2020년에는 이런 마을 이야기를 엮어 <복작복작 재미지게 산당께>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름처럼 책에는 마을 주민들의 구술 생애사, 인터뷰, 우리 동네 문인들, 명인들 등 한 사람 한 사람의 따뜻한 생애가 오롯이 담겨 있다.

“이 집은 고치면 새집 될 거 같지 않아?” “천장은 낮은데 혼자 살긴 딱이다!”

요즘도 구씨와 김선영씨(49)·조선영씨(48) 등 젊은 귀농·귀촌인은 틈틈이 마을을 둘러보며 새로운 주민이 입주할 만한 집을 알아본다. 버려진 빈집도 이들 눈엔 새 터전일 뿐. 마을 구성원이 주도하는 내부적인 변화가 마을을 지속하게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이장인 김효진씨(52)는 “다양한 마을 활동을 하면서 어르신과 청년, 남성과 여성간 주민으로서 유대가 깊어졌다”며 “앞으로도 공동체성을 잘 다져 외부에서 우리 마을에 이사를 와도 자연스럽게 농촌 가치를 체험하며 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순창=박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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