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인이 농촌 떠나는 이유…문화·생활 인프라 적어 ‘시골살이’ 매우 불편

입력 : 2022-11-14 00:00 수정 : 2022-12-07 15:34

귀촌인이 농촌 떠나는 이유

젊은이 일자리도 많이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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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속 친구들은 멋진 카페나 레스토랑에 다니며 재밌게 사는데 저는 시골집에 틀어박혀 갈 곳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는 처지더라고요. 이대로는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7년 서울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충남 홍성으로 귀촌했던 홍유진씨(가명·36)는 불편한 생활·문화 인프라와 그로 인한 고립감 때문에 1년 4개월 만에 서울로 되돌아왔다.

귀농·귀촌인구는 해마다 조금씩 늘고 있지만, 적응에 실패하고 역(逆)귀농·귀촌하는 비율도 낮지 않다. 2019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귀농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귀농·귀촌인 정착실태 장기추적조사’에서 역귀농률이 10.7%라고 밝혔다. 현장에선 역귀농률이 30∼40%에 이른다고 입을 모은다. 농촌으로 이주한 이들이 도시로 돌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홍씨가 처음 도시로 재이주를 생각한 건 일자리 때문이다. 도시와 달리 제조·상업시설이 적은 농촌지역은 젊은이를 위한 일자리가 매우 부족하다. 주로 영농 관련 일이 많은데 귀농을 고려하지 않은 귀촌인에겐 맞지 않다. 그마저도 알음알음 구인하는 터라 인맥이 부족한 이주민은 기회를 잡는 데 한계가 있다. 지자체가 제공하는 지원은 귀농인에게 집중돼 있어 귀촌인은 혜택을 받기 어려운 점도 문제다.

“백수생활이 길어지는 것보다 더 힘들었던 건 외로움이었어요. 갈 만한 데도 없고 친구를 만나서 고민상담이라도 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몇 시간 버스를 타야 했죠. 섬에 혼자 떨어진 기분이었어요.”

홍씨는 도시에선 친구가 많은 편이었고 여러 모임에 참석하며 대외활동을 활발히 했다. 홍성에 이주한 후 자연스레 인간관계가 축소됐다. 주변에 또래가 별로 없고 도시에 사는 친구들과 교류할 기회가 없어졌다. 홍씨는 “근처에 백화점은커녕 카페도 거의 없다”면서 “도시에선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나 갈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 불편했다”고 말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같은 멋진 시골생활은 영화 속에만 있어요. 여유도 하루이틀이지, 반복되면 심심하고 지루해요. 스마트폰 하나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도시에서 살다가 편의시설이 없는 지방에 오니 불편해서 못 견디겠더라고요. 그것이 제가 농촌을 떠나 도시로 돌아온 이유입니다.”

홍씨는 서울로 돌아왔다가 경기 시흥을 거쳐 현재 김포에 살고 있다. 주거비용 탓에 서울에 정착하기는 여전히 어렵지만 수도권을 벗어날 생각은 없다.

지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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