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95세 최차순 할머니의 건강 영농일기
빼곡히 심은 콩·토란대 갈무리
밭일·은행일까지 스스로 ‘척척’
몸·마음 건강 치매 걱정도 없어
“죽을때까지 혼자 힘으로 생활”

“안 움직이면 바보 돼! 살아 있는 동안에는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전남 영암군 덕진면에 사는 95세 최차순 할머니는 오늘도 오전 6시에 일어나 밭일을 시작했다. 문만 열고 나오면 보이는 뒤뜰에 빼곡히 심은 콩·토란대를 갈무리하는 일이다. 뽀얗고 깨끗하게 말리려면 수시로 뒤집어주고 골라내야 하니 밥 먹고 나가보고, 친구 집에 갔다 와서 들여다보느라 바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작고 마른 몸을 사부작사부작 움직여 말린 작물을 장이 서는 날이면 읍내까지 나가 판다. 누가 시켜서도, 돈을 벌지 않으면 살기 힘들어서도 아니다. 그저 지금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즐겁고 사지가 멀쩡하면 몸을 움직여 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많지는 않지만, 그렇게 번 돈이 농협 통장에 차곡차곡 쌓이는 것도 재미있어 할머니는 100세를 코앞에 두고서도 일을 멈추지 않는다.
젊어서 자식들 건사하느라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노모가 90세가 넘은 지금까지도 일을 하는 게 자식들은 마뜩지 않지만 어머니 고집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아들이 셋, 딸이 셋이야. 아들들은 다 근처에 살면서 소 키워. 막둥이는 소를 많이 키워. 자식들이 살 만하니까 나더러 이제 일 그만하라지만, 몸뚱이 멀쩡한데 왜 놀아. 일하니까 여태까지 건강한 거야.”
자식들도 노모가 몸과 마음이 건강한 이유는 지금도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평생 힘들게 농사짓느라 이제는 허리도 굽고 귀도 잘 안 들리지만, 아직 두 다리는 짱짱하고 팔심도 좋고 목청도 큰 것은 즐거운 마음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눈빛이 초롱초롱하고 총기가 좋은 것도 다 그 덕분이다. “어머니는 통장이 예닐곱개 되는데 아직도 각 통장 만기일을 귀신같이 기억한다”고 막내아들은 말했다.
요즘엔 나이 들면 죄다 치매에 걸려 본인도 자식들도 다 고생한다지만 95세가 되고도 농사일부터 은행일까지 다 스스로 알아서 하는 어르신은 걱정 없다.
“친구들이 ‘너는 젊어서 고생도 많이 했는데 이만치 나이 들어놓고도 정신이 말짱하네’ 그러길래 ‘하믄! 나는 끄떡없다’ 그랬어.”
100년 가까이 사는 동안 가장 기뻤던 순간이 한푼 두푼 모아 논 열다섯마지기 샀던 때라고 말하는 어르신에게 남은 바람은 하나다. 죽는 순간까지 지금처럼 혼자 힘으로 일하고 생활하다가 자식들 속 썩이지 않고 수월하게 떠나는 것이다.
“우리 할아버지가 7년 전에 아흔다섯살로 돌아가셨어. 내내 잘 지내다가 몸이 안 좋아져서 병원에 갔는데 열흘 만에 떠났지. 잘 사시다 갔어. 나도 그렇게 가고 싶어.”
그래서 어르신은 오늘도 새벽이슬 맞으며 일어나 콩을 따고 토란대를 벗긴다.
영암=이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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