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전남 구례서 ‘느긋한쌀빵’ 운영하는 아줌마들
쌀빵기술 전수받아 2년전 시작
제분 문제 우리만의 방식 확립
식빵 등 10여가지 판매 ‘입소문’

쌀 소비가 급감하고 쌀값이 폭락하자 대안으로 쌀 가공식품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쌀을 가공식품 원료로 사용하면 소비도 늘고 가격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쌀 가공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20여년 전 한차례 쌀빵 열풍이 불었지만 지금은 찾아보기조차 쉽지 않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쌀빵이 아예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건강에 좋은 쌀빵 만들기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남 구례에 귀농·귀촌해 ‘느긋한쌀빵’이라는 이름의 작은 빵집을 내고 매일 아침 쌀빵을 굽는 윤주옥·강은경·차승아·김슬기 등 ‘아줌마’ 네명이 그들이다.
이들이 쌀빵을 굽기 시작한 것은 2년 전이다. 도시에서 생활하다 각자의 이유로 귀농·귀촌한 이들은 경제적 자립을 위해 함께 ‘뭔가’를 해보기로 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쌀빵이 된 것은 밀가루빵은 소화가 잘 안되고 먹으면 탈이 나곤 했는데 쌀빵은 먹어도 속이 편안하고 좋았다는 경험에서 비롯됐다.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해서 소득도 높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선택지는 없을 것이었다.
강씨는 “식사를 빵으로 대신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으니 지역에서 생산한 쌀로 건강에 좋은 쌀빵을 만들어 팔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때마침 알게 된 전문가에게 쌀빵 굽는 기술을 전수받고 빵집 문을 연 것이 2020년 6월이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빵 만드는 일도 할 만했고, 고객 반응도 괜찮았다. 문제는 두달쯤 지난 뒤에 생겼다. 쌀가루를 공급해주던 제분업체가 문을 닫은 것이었다. 단순히 쌀 품종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디서 어떻게 제분하느냐 등에 따라 쌀가루 상태가 매번 달랐고 쌀가루가 달라지면 빵 만드는 방법도 맞춰서 달라져야 했다. 그런데 자신들에게 맞는 쌀가루를 선택하기는커녕 안정적으로 쌀가루를 공급받는 일조차도 쉽지 않았다. 쌀가루를 구하지 못해 한동안 빵집 문을 닫기도 했다.
강씨는 “세번 정도 공급업체를 바꾸고 가공용으로 생산된 ‘가루미’도 사용하는 등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인근 곡성에 있는 제분업체에서 유기농쌀을 제분해 우리만의 방식을 확립했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100% 국내산 유기농 일반미 가루를 사용해 식빵과 모닝빵·단팥빵·야채빵 등 10여가지 빵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재료는 당연히 모두 지역에서 나는 것들이다. 목요일에는 천연 발효종 쌀빵을 구워내기도 한다. 쌀가루 문제를 해결하고 빵 생산이 안정화하자 고객도 차츰 늘었다. 입소문을 타고 여수·광양, 광주광역시는 물론 멀리 전북 전주에서도 쌀빵을 사러 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쌀빵이 밀가루빵에 비해 맛이 없다는 편견을 깨는 데 집중하고 있다. 요즘 시중의 밀가루빵 가격을 고려하면 경쟁력도 충분하다는 게 이들 생각이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쌀빵을 생산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들은 궁극적으로는 지역에서 생산된 쌀로 만든 빵을 내는 것이 목표다.
강씨는 “지역에 제분업체가 생겨서 구례 쌀을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제분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며 “처음 구상대로 구례 쌀로 만든 구례쌀빵을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구례=이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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