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마을잔치로 활력 찾는 공전3리
8월에 주민 5명 생일 맞아
요리·미용·사진 등 재능기부
후원금·물품 보내며 응원도

“오랜만에 시끌벅적하니 사람 사는 맛이 납니다.”
20일 충북 제천시 봉양읍 공전3리 마을회관. 회관 앞마당에서는 이발과 미용으로 한껏 멋을 내고 있는 어르신들이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회관 안에서는 8월에 생일을 맞은 주민들을 위한 잔칫상이 준비돼 있었고 짜장면과 탕수육 냄새가 가득해 군침이 절로 고였다. 한성준 이장(70)은 주민들의 활짝 핀 표정을 담기 위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8월에는 주민 5명이 생일을 맞았다. 오랜만에 마을주민들과 부르는 생일 축하 노래에 주인공들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후∼’ 하고 떡케이크의 촛불을 힘차게 껐다.
오정숙씨(68)는 “이 나이에 마을주민들과 생일파티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오랜만에 모여 맛있는 짜장면과 탕수육도 먹고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눴더니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공전3리 마을잔치는 활력을 잃고 공동체가 와해되는 농촌 마을 현실에 마음 아파하던 한 이장의 노력으로 성사됐다. 그는 “2년 전 고향으로 귀농을 하고보니 젊은 사람은 다 떠나고 코로나19로 마을 전체가 적막강산이었다”며 “올해 이장을 맡으며 약해진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고 행복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한달에 하루 모두가 함께하는 마을잔치를 열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회상했다.
한 이장은 총무 황해성씨(56)와 함께 재능기부로 마을잔치를 풍성하게 도와줄 주민들을 모았다. 먼저 세종시 육군방공학교에서 이발사로 근무하며 7년간 마을주민들에게 이발봉사를 해온 박덕건씨(67)와 힘을 합쳤다. 이웃 노창균씨(68)도 50년 넘게 중국집을 운영하며 쌓은 솜씨를 발휘했다. 미용사 한기양씨(63)는 어머님들의 멋을 책임졌다. 마을주민들도 잔치 준비에 기꺼이 일손을 보탰다.
고향에서 잔치가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함께하지 못하는 자녀들과 홍성주 봉양농협 조합장이 후원금과 물품을 보내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평생 사진사로 활동한 한 이장은 매달 열리는 마을잔치를 사진으로 기록해 ‘마을달력’을 만들어 주민들과 자녀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마을주민 생일과 잔치 날짜가 표시된 달력으로 서로 잊지 않고 마을잔치를 챙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 이장은 “마을주민들이 함께 맛있게 음식을 나누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며 “앞으로 궂은 날씨에도 이미용 봉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자녀들까지 함께하는 마을잔치로 발전시켜 행복이 가득한 공전3리를 만들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천=황송민 기자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 게시판 관리기준?
-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 농민신문
- 페이스북
- 네이버블로그
-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