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발전사업 농민엔 ‘그림의 떡’

입력 : 2019-09-25 00:00

지자체 허가조건 까다로워 도시민 참여로 선로도 부족



강모씨(60)는 태양광발전 예찬론자다. 도시에서 은행원으로 일했던 강씨는 퇴직할 무렵인 2016년 강원 양구에 99㎾급 태양광발전소를 지었다. 모아뒀던 돈과 퇴직금으로 부지를 마련하고 시설을 건립했다. 전기판매로 발생하는 수익은 한달 평균 250만원 수준. 강씨는 “퇴직 후 여유자금 투자처를 물색하다 태양광발전에 주목했다”며 “건물 임대업과 견줘 관리부담이 매우 적고 20년간 고정적인 수익이 보장돼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한모씨(71)는 경남 함안군 칠북면에 1735㎡(525평) 규모의 감나무밭을 갖고 있다. 직접 농사짓기가 갈수록 힘들고 소득도 얼마 안돼 태양광발전에 관심을 뒀다. 농민들이 소규모로 태양광발전사업을 하면 혜택이 많다는 소리를 듣고서다. 전화로 업체에 문의해 사업추진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하지만 현장실사를 나온 업체 관계자는 “농지로부터 100m가량 떨어진 곳에 주택이 있어 진행이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함안군 관계자는 “군 조례로 태양광발전을 규제하진 않지만 산업통상자원부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며 “올해 지역 내 허가사례는 10건 미만이고, 다른 지역에서도 태양광발전사업은 허가받기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했다.

정부가 정책자금 지원 등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농촌태양광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농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지방자치단체마다 까다로운 조건을 달아 허가받기가 쉽지 않아서다. 한편에선 너도나도 태양광발전사업에 뛰어들며 한국전력공사 배전시설이 포화된 탓에 생산한 전기를 선로에 연결하려면 2~3년씩 걸리는 일이 태반이다. 자금과 정보력을 갖춘 도시민과 사업자들이 입지조건이 양호한 부지를 발 빠르게 차지하고 태양광의 과실을 선점한 결과다. 농촌 곳곳에서 광범위한 농지전용을 통해 태양광발전이 추진되고 있지만 2018년까지 농민이 태양광발전사업을 위해 사용한 농지는 330.7㏊에 불과했다. 태양광으로 전용된 전체 농지면적의 9% 수준이다.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2018년 태양광발전사업 참여를 신청한 449농가 가운데 절반이 넘는 249농가는 사업추진이 불가능했다. 지자체 규제(43.6%), 맹지(13.5%), 농업진흥구역(12.8%), 한전 선로 부족(7.8%) 등의 사유로 가로막힌 것이다. 농촌태양광발전사업은 2020년까지 1만농가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2018년까지 추진한 실적은 1289건에 그쳤다.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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