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 태양광 난개발 극성…전국 곳곳 산림·농지 훼손 등 잡음

입력 : 2019-09-25 00:00 수정 : 2019-09-25 23:32
경북 청도군 풍각면 월봉리 산지의 태양광발전시설 전경. 태풍에 무너진 옹벽을 복구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사고가 난 시설은 지난해 장마 때도 무너졌지만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올 7월 태풍 ‘다나스’에 또 붕괴됐다.

농촌태양광 농가소득원으로-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농촌 애물단지로

무분별하게 허가 내줘 마을주민 동의 없이 설치 아름다운 자연경관 해쳐

태풍이나 폭우 쏟아지면 산사태 위험까지 있어 대형 인명피해 우려
 


“월 160만원, 한전에서 평생연금 드립니다.” “태양광 설치 결사반대한다.”

농촌 곳곳에 걸린 현수막 문구는 태양광발전을 둘러싼 빛과 그림자를 보여준다. 한쪽에선 고정적인 수익보장을 앞세워 투자를 유인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마을환경을 해친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농촌태양광발전의 명암을 살피면서 농가소득에 도움이 될 사업방향을 모색해본다.



“지난해 장마 때 붕괴됐던 태양광발전시설이 올해는 태풍에 또 무너졌습니다. 무리하게 공사를 한 게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일이 있겠습니까. 불안해서 살 수가 없습니다.”

17일 경북 청도군 풍각면 월봉리 산지의 태양광발전시설 앞에서 만난 차산2리 이장 표영삼씨(59)는 산비탈에 들어선 태양광시설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올 7월 태풍 ‘다나스’로 무너진 옹벽을 복구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모래주머니 등을 쌓아놨지만, 멀리서 보기에도 가파른 산자락에 있는 시설은 위태로웠다. 지난해 장마 때도 집중호우로 축대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던 곳이다.

표씨는 “이러다 더 큰비가 내리면 산사태가 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마음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면서 “태양광시설은 월봉리에 설치돼 있지만 직선거리로 더 가까운 차산리 마을주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주민들은 토사가 흘러내려 농경지로 유입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면서 “시설사업자 측에 여러차례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태양광발전시설은 주민들의 동의 없이 불쑥 들어섰다. 마을주민들은 본격적으로 토목공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부랴부랴 군청을 찾아가 민원을 제기했지만 이미 허가가 난 사안을 되돌리기란 불가능했다.

대신 시설사업자 측으로부터 “공사현장에 물을 뿌려 흙먼지 발생을 최소화하는 등 마을주민의 불편을 해소하고 마을발전기금으로 1000만원을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하지만 기부금은 감감무소식이다.

차산1리 이장 정후식씨(66)는 “업체 말만 믿고 구두로 약속한 것이 후회스럽다”면서 “아름다운 농촌경관이 나빠진 데다 (태양광패널에 반사되는) 햇빛으로 생활에도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태양광발전사업으로 농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농촌주민 주도가 아니라 외지인의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되다보니 무분별한 산림·농지 훼손, 주민간 갈등, 난개발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남 고흥군 포두면 남성리로 귀농한 박승주씨(68)는 “아름다운 농촌풍광이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렸다”면서 “날벼락을 맞았다”고 밝혔다. 최근 태양광발전시설 설치를 위해 인근 야산 일부에서 대규모 벌목작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울창한 나무들로 푸르렀던 산등성이는 흙만 남은 황량한 민둥산으로 변해버렸다.

태양광발전시설이 들어설 예정인 부지는 주민들이 사는 민가와 불과 50m 떨어진 곳이다. 고흥군에 따르면 민가에서 50m 떨어진 곳에는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 2017년 6월 조례 개정을 통해 이격거리 규제가 강화됐다.

하지만 남성리의 태양광발전시설사업자는 조례가 개정되기 이전인 2017년 2월 발전사업 허가증을 발급받았다. 이 때문에 주민 반대가 거센데도 공사는 일사천리로 진행 중이다. 남성리에 사는 정태연씨(52)는 “이곳이 상습 침수지역이어서 주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면서 “태풍이 오거나 폭우가 쏟아져 산사태라도 난다면 대형 인명피해가 날까 봐 걱정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을주민들은 “평화로운 농촌마을의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태양광발전시설 난립은 막아야 한다”며 “관에서 무분별하게 허가를 내준 탓에 태양광발전시설이 농촌의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농지잠식에 대한 우려도 높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태양광발전시설 설치에 따른 농지 전용면적은 2016년 505㏊, 2017년 1437㏊, 지난해 3675㏊로 무섭게 늘고 있다.

청도=오현식, 고흥=이문수, 함규원 기자 o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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