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이재성 ‘기타 하나 동전 한닢’, 가진 것은 없어도…“돈보다 우정”

입력 : 2022-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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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하나 동전 한닢’이 수록된 이재성의 음반.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폭락해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들린다. 빚까지 내 투자한 ‘영끌족’의 손해가 막심하다. 한방을 노리다 벼랑 끝에 몰린 셈이다. 이럴 때 떠오르는 노래가 바로 이재성의 ‘기타 하나 동전 한닢’이다.

이재성은 대학에서 플루트를 전공했으나 가요에 뜻을 두고 1981년 MBC 대학가요제에 출전해 은상을 차지하며 데뷔했다. 졸업과 동시에 상경해 서라벌레코드사에서 노래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재성은 제작자에게 평범한 외모·음색·곡 때문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듣곤 했다. 그래서 클래식 스타일을 버리는 데 집중했고 결국 노래 ‘기타 하나 동전 한닢’을 만들었다. 그는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았지만 함께 노래한 친구들과의 우정이 돈보다 더 소중하다고 생각했고 레코드사와 숙소를 오가며 생각날 때마다 멜로디와 가사를 오선지에 옮겨 적었다고 한다.

“이제 밤이 끝나면 너를 찾아가리라 / 잊혀져간 나의 친구야 / 내 가진 것 무언가 너 가진 건 무언가 / 어이 우리 자랑할까나 / 고개를 숙여서 믿음을 나누세 지상에서 천국으로 / 에헤헤이 에헤헤이 우리가 가진 것은 없어라. 기타 하나 동전 한닢뿐.”

음반 발매 후 이재성은 매일 음악다방에 들러 달걀 띄운 쌍화차를 대접하며 자신의 첫 음반을 돌렸다. 그런 정성 덕분에 좋은 반응을 얻어 히트했다.

노력과 끈기는 이후에도 좋은 결과를 가져다줬다. 그가 소년원 자원봉사를 하며 만든 노래 ‘내일로 가는 마차’가 인기를 얻은 것이다. 이어 ‘촛불잔치’ ‘고독한 DJ’도 성공을 거뒀다. 1980년대에는 제작자로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가수는 제목을 따라간다고 했던가. 그는 늘 돈이 없었고 기타만이 그의 옆을 지켰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유튜브가 생겨나면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재성이 1987년 발표했던 음반 수록곡 ‘그 집 앞’이 뒤늦게 주목받은 것이다. 가수 ‘미기’가 이 곡을 리메이크했는데 그 영상이 유튜브 조회수 1000만을 돌파하면서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돈보다 우정을 택하고 꾸준히 경력을 쌓아나간 것이 행운을 가져다준 것일 테다.

요즘 주식·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동전 한닢’ 상태가 돼 무기력해진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본의 전설적인 관상가 미즈노 남보쿠는 “부(富)라는 것은 세상의 가난이 모여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도처의 적은 돈이 모여 부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큰돈을 벌겠다는 자세보다 적은 돈도 무시하지 않고 세월 속에서 차근차근 모아 쌓은 돈이 진정 가치 있는 부가 아닐까.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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