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명절 때면 누구나 한번쯤 효도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부모에게 비싼 홍삼세트를 선물한다고 해서 효도를 다했다고 할 수 없다. 평소 부모님 말씀을 잘 듣기만 해도 진정한 효도를 하는 셈이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가요 100년사에 부모가 자녀에게 충고하는 가사로 성공한 노래가 몇곡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1979년 발표한 가수 정윤선의 ‘아들’이다. 이 곡은 필리핀 가수 ‘프레디 아길라(Freddie Aguilar)’가 부른 ‘아낙(Anak·자녀)’을 번안한 것으로 ‘자식에게 건네는 부모의 충고’ 정도로 해석하면 좋을 듯하다.
이 노래 원곡은 사랑스러운 아들이 부모 뜻을 거역하고 떠나버리자 돌아오길 바라며 한탄하는 내용이다. 번안곡은 엄마가 울고 있다는 가사로 마무리되는데 부모 마음이라는 것이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음을 노랫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지금 네가 가는 그 길은 거칠고 험한 길이지
갈수록 험하고 나쁜 길이지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너도 이젠 후회하겠지
엄마는 언제나 울고만 계신다
너도 이제는 후회의 눈물이 두 눈에 고여 있겠지
프레디 아길라는 법조인 집안에서 태어나 청소년 시기에 법조계 일을 하라는 부모의 말을 줄곧 듣고 자랐다. 하지만 가수를 꿈꿨던 그는 18세에 가출해 떠돌이 생활을 하며 지내다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 끝에 집으로 다시 돌아오고야 말았다. 그리고 부모 마음을 이해하며 만든 노래가 바로 ‘아낙’이었다. ‘아낙’의 인기는 세계사적 배경도 함께 갖고 있다. 노래가 탄생한 1978년 필리핀은 우리보다 더 강국이었고 미군이 아시아에 진출하는 교두보였다. 즉 스타가 탄생할 만한 환경이었다. ‘아낙’은 필리핀 노래 사상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며 56개국에서 27개 언어로 번역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노래를 번안해 부른 정윤선은 ‘아들’ ‘엽서’ 등을 발표하고 활동하다가 배우 정동환과 결혼해 가수생활을 그만뒀다.
우리는 종종 ‘고독을 즐긴다’는 말을 한다. ‘사궁지민(四窮之民·네가지 불쌍한 사람들)’이란 옛말이 있는데 그 가운데 두가지가 고독이다. ‘고(孤)’는 ‘유이무부모자(幼而無父母者·어려서 부모가 없는 사람)’이고 ‘독(獨)’은 ‘노이무자자(老而無子者·늙어서 자식이 없는 사람)’다. 사람들이 고독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 추석만큼은 부모 마음을 더 헤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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