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이선희 ‘J에게’, 최초로 ‘언니부대’ 거느린 여성가수

입력 : 2022-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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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에게’를 최초로 수록한 ‘84 MBC 강변가요제’ 음반.

가수 이선희가 협업해 만든 ‘J에게 맥주’가 출시한 지 한달도 되지 않아 40만캔이 팔렸다. 아이돌 가수도 아닌 중견가수 이름을 건 술이 인기를 끈 건 그와 노래 ‘J에게’의 위상이 아직 유효함을 증명하는 것이다.

‘J에게’는 이선희의 데뷔곡이면서 ‘강변가요제’ 히트곡 가운데 가장 상징적인 노래다.

강변가요제는 1980년 전후 대학생이 출전하는 가요제가 우후죽순 생겨나던 시기에 탄생한 일종의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1979년 경기 가평 청평호반에서 처음 열린 축제는 1984년 5회 때 남이섬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이 대회에 이선희가 ‘4막5장’이라는 듀오로 참가했다.

그는 대학 입학 후 데뷔했지만 사실 고등학생 때부터 가수가 되고자 가수 장욱조의 노래사무실에서 연습생 시절을 거쳤다. 당시 사무실을 들락거렸던 무명 작곡가 이세건은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 악보를 쓰레기통에 버린 일이 있었는데 이것을 본 이선희가 자신이 부르겠다고 했다. 이 노래가 바로 ‘J에게’다. 노래는 이선희의 당찬 가창력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큰 성공을 거뒀다.

1984년 이선희의 등장은 그야말로 가요계의 큰 사건이었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거대한 발성 덕에 그는 데뷔하자마자 곧바로 주목을 받았다. ‘아 옛날이여’를 시작으로 ‘영’ ‘알고 싶어요’ ‘나 항상 그대를’ ‘한바탕 웃음으로’ ‘겨울 애상’ 등 매번 앨범을 낼 때마다 히트곡이 탄생했다. 1980년대 이렇게 많은 인기곡을 낸 가수는 조용필 외에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성기 때 이선희는 다른 기록도 있다. 여성은 치마를 입어야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시절 독야청청 바지를 입었고 ‘오빠부대’가 아닌 ‘언니부대’를 최초로 거느린 여성가수였다. 한편 이선희는 1991년 서울시의원에 당선돼 정치인 생활을 잠시 한 일이 있다. 보통 이런 경우는 다시 가수로 돌아오기 어렵지만 그는 2005년 영화 <왕의 남자> OST 수록곡 ‘인연’, 2014년 30주년 기념곡 ‘그중에 그대를 만나’를 발표하며 인기를 이어나갔다. 그야말로 실력과 운을 타고난 음악가라는 것 외에는 다른 표현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인간이 가진 논리로 설명이 안되는 천재를 다른 말로 ‘천출귀재(天出鬼才)’라고 한다. ‘하늘이 내린 귀신 같은 인물’이라는 뜻이다. 만 19세에 데뷔해 40년 가까운 기간에 꾸준히 히트곡을 낸 이선희가 바로 그런 인물이라고 본다. 이제는 노래도 아니고 그를 내세운 맥주까지 완판됐다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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