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강은철 ‘삼포로 가는 길’, 가요 인기 덕 지역명소로 부상

입력 : 2022-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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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화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주인공이 편견을 깨고 세상과 소통하는 이야기가 공감을 얻고 있다. 드라마에 팽나무가 등장하는데 실제 촬영지인 경남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동부마을에 관광객이 모여 북새통이라고 한다. 만약 팽나무를 보러 창원에 간다면 삼포도 둘러보길 추천한다.

삼포는 진해구에 있는 소박한 해안마을이다. 포크 가수 강은철이 발표한 ‘삼포로 가는 길’이 성공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노래는 가수 배따라기의 ‘아빠와 크레파스’, 김흥국의 ‘호랑나비’를 작사·작곡한 이혜민이 만들었다.

이혜민은 고등학생이었던 1970년 후반 어느 여름 남해를 여행하며 한 해변마을을 지나고 있었다. 그는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소박한 마을 모습에 이끌려 발걸음을 멈췄고 동심을 생각하며 멜로디를 떠올렸다고 한다. 이 마을이 바로 삼포, 이때 지은 곡이 ‘삼포로 가는 길’이다. 이후 노래가 큰 인기를 끌면서 삼포는 상당히 유명한 지역이 돼 창원 관광지를 소개하는 여러 매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편 강은철은 1970∼1980년대 가요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DJ 이종환 사단의 일원이었다. 그는 미국 포크 2인조 ‘사이먼앤가펑클’ 노래를 불러 인정을 받아 ‘한국의 폴 사이먼’이라고도 불렸다. 첫 앨범이 실패하고 1983년 2집을 준비하다가 제작자에게 ‘삼포로 가는 길’을 받았고 다소 실망했다. 평소 세련된 팝송을 주로 불렀기에 전통가요 느낌의 곡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녹음을 강행했고 결국 히트하는 바람에 자신의 대표곡이 됐다. 세상은 이렇게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운명적으로 인생길이 펼쳐지는 경우가 있다.

100년 가요사에 진해를 배경으로 하는 히트곡 두개가 있다. 바로 강은철의 곡과 이미자의 ‘황포돛대’다. 시는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두 노래를 기반으로 행암해안도로를 건립했다. 이 도로는 ‘황포돛대’의 배경이 되는 웅동만에서 삼포를 거쳐 행암해변까지 약 14.2㎞ 구간으로 진해 바다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해마다 여름이면 동해안 강릉, 제주도 중문, 부산 해운대 등 유명 관광지로 사람이 몰린다. 하지만 즐거움이 유명세와 늘 정비례하지는 않으리라. 고산 윤선도는 경북 영덕의 바닷가로, 전남 완도 외딴섬 보길도로 유배를 떠나 고초를 겪는 과정에서 수석송죽월(水石松竹月)을 외치며 오우가(五友歌)로 삶의 위로를 받았듯이, 인파로 몰린 군항제와 팽나무도 좋지만 때로는 삼포 해변마을 같은 한적한 곳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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