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벽처럼 느껴졌던 문자가 이제 세상과 통하는 창이 되었으리라. 인용한 시는 최근에 나온 서울지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우수작품집 ‘누구나 저마다의 꽃을 피운다’에 실린 것이다.
7월 서울 22개 자치구와 83개 문해교육 기관에서 모두 218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는데 그 중 40편이 선정되어 책자로 묶였다. 제때 교육을 받지 못해 평생 ‘까막눈’으로 살아온 어르신들의 글은 짧지만, 전 생애가 녹아들어 있다. 자서전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나는 십수년 전부터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글쓰기 강좌를 진행하고 있는데 특히 나이 지긋하신 분들께 글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매번 확인한다. 세상 사람을 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생애를 글로 남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는 자기 삶을 글로 쓰는 사람이 많아져야 우리 사회가 밝아지리라 생각한다. 자기 삶을 글로 쓰면 무엇보다도 자존감이 높아진다. 자기 자신을 존귀하게 여기는 마음들이 모여야 이웃이 생겨난다. 자존감이 관계 형성, 즉 사회 안전망의 뿌리다.
유준례씨의 시는 배달할 수 없는 편지다. ‘남의 손에’ 세상을 떠난 동생에게 보내는 사연이다. 동생은 기억하기조차 힘든 트라우마였을 것이다. 하지만 시를 쓰면서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었으리라. 하늘로 띄운 편지는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나중에 저승에서 만나자’로 마무리된다.
한 번만 태어나는 사람이 있고 두 번 이상 태어나는 사람이 있다. 자기 삶을 글로 쓰는 순간은 스스로 생일을 만드는 순간이다. 문해교육을 통해 ‘두번째 생일’을 만드신 유준례씨에게 거듭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이문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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