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람

입력 : 2022-08-26 00:00

우연한 기회에 한 배우를 만날 일이 있었다. 어느 날 문득 자신을 돌아보던 그는 자신이 꽤 괜찮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로 그럴듯한 자리에 올라 있었지만 참 이상하게도 여전히 그는 별로 이룬 게 없는 작은 여자로 살고 있다고도 했다.

배우가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사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것이 아닌 삶을 대신 살아가는 일에 능숙한 사람이 돼버렸기에 결국 자신 안으로 들여놓은 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른 것일까.

언제나 문제는 자기 자신과의 결투였을까. 자신으로서도,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구로도 잘 살아가는 어느 배우가 무심히 내뱉은 말은 두고두고 생각하게끔 울림을 주기까지 한다.

“세상에서 중요한 건 정말 많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자기 자신’만큼 중요한 건 없는 거 같아요. 세상 모든 것들, 사랑이나 일이나 또 이상이나 현실을 받쳐줄 수 있는 것들은 바로 나 자신으로부터 가능해지니까요.”

그 말 위에 조용히 김혜순 시인의 시를 겹쳐본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너무 보잘것없고 작아져 있는 자신이 인간폐기물이 돼버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때면 어쩌면 우리가 배우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렇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람으로 살고 있으니, 부디 찬란해지자고 우리 자신에게 자주 노래 불러줘야 한다. 그러다보면 한참 동안 어질러놓은 자신의 세계를 잘 치우기 위해서라도 낙타처럼 꿋꿋이 발자국을 찍게 될 것이라고. 만물이 익어가는 이 계절에 당신만큼은 찬란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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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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