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흔한 인사 가운데 하나가 ‘밥 한번 먹자’다. 또 실행률이 매우 낮은 인사기도 하다. 그렇다고 음식을 함께 나누는 일이 갖는 따스함과 중요성이 희석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절실해진다.
전통 사회에서 식사는 집에서 식구들과 함께하는 행위였다. 같이 밥을 먹는 일은 공동체의 정체성을 만드는 일이다. 산업화 이후 집과 일터가 분리되고 개인화가 진행됐다. 밥을 밖에서 다른 사람과 먹는 일이 흔해졌다. 그래도 식구들과 식사하는 가정이라는 공간은 비교적 견고했다. 하지만 최근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가족과 함께 먹지 않는다. 혹은 먹지 못한다. 혼자 밥 먹는 사람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1인가구 증가다. 2020년 기준 전국 1인가구 비율은 31.7%고, 서울은 34.9%에 달한다. 혼인율·출산율·고령화·개인화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1인가구 비율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혼밥’ 빈도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올 4월 ‘2021년 서울시 먹거리 통계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4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민들은 일주일에 평균 5.1회 혼자 밥을 먹었다. 그 가운데 매일 한끼 이상 혼밥을 한 사람은 28.7%였다. 왜 혼밥을 했는가를 물었더니 76.3%가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혼자 밥 먹는 게 편한 부분도 있지만 혼밥이 갖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 식사가 규칙적이지 않으며 간편식이나 인스턴트 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다. 건강에 좋은 다양한 음식을 먹지 못한다. 또 혼자 TV나 휴대전화를 보면서 먹다보니 음식 맛이나 대화를 즐길 수 없다. 일반적으로 혼밥을 하는 사람이 건강하지 않고 삶의 만족도가 낮다.
대체로 사람들은 다른 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싶어 한다. 관계의 동물인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밥 먹는 것을 즐긴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그런 경향이 강한 것 같다. 이 때문에 코로나19로 모임을 규제하자 지인과 식사를 못하는 것을 몹시 힘들어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도 사람을 만나 음식을 나누고, 친밀감을 느끼는 일은 중요하다. 전통적인 가족이 아닌 다른 대안적 밥 공동체를 만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대안의 하나가 공동체형 식당이다. 지역이나 관계망을 기반으로 함께 밥 먹는 것이 공동체형 식당인데 서울시민들도 이런 식당에 관심이 있다. 앞선 조사에서 공동체형 식당 이용 의향은 2020년 4.26점(10점 만점)에서 2021년 4.85점으로 상승했다. 특히 1인가구의 공동체형 식당 이용 의향은 5.06점으로 다른 가구 형태에 비해 훨씬 높았다.
세가지 정도의 공동체형 식당이 가능하다. 첫째 마을부엌이다. 주민들이 모여 요리도 배우고 음식을 준비해서 함께 식사를 하는 형태이다. 둘째 아파트 등 주거시설에 식당을 마련하고 주민들이 끼니때 모여 식사를 하는 것이다.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할 수 있다. 셋째 지방자치단체 등이 예산을 지원해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이다. 복지적 성격이 있으며 사회적·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의 고픈 배와 마음을 채워줄 수 있다.
좋은 사람과 같이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큼 즐겁고 행복한 일도 흔치 않다. 조사에 따르면 행복에 있어 음식과 식생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서울시민의 비율은 무려 94.5%에 달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식사를 행복의 조건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날씨가 추워지고 빡빡한 일상에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 밥 먹고 기운 냈으면 좋겠다.
김철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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