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통제할 수 없는 전쟁발 식량·에너지 위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식량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소 20개국이 농식품 수출을 제한했다. 13일 <블룸버그>는 “식량보호주의는 국제 농식품 시장에 큰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식량 가격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3월 세계 곡물가격지수는 170.1포인트로 지난달에 비해 17.1% 오르며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 3월 기준 밀·옥수수·대두의 선물가격은 지난해 3월 대비 88.7%·36.7%·18.7% 상승했다. 미국 캔자스주 겨울밀 선물가격은 13일 기준 1부셸당 12.82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콩 선물가격도 올라서 1부셸당 6.46달러, 옥수수 가격은 7.81달러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에서 해바라기유를 수출하지 못하고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을 금지한 사이 대두유 가격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계에 식용유 대란이 나타났고 곡물 가격이 급등하다보니 육류·식료품 가격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쌀 이외 모든 곡물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쌀 소비가 급격히 감소하고 육류 소비가 급증해서 식량위기에 취약해졌다. 국내 1인당 쌀 소비량은 2010년 72.8㎏에서 2019년 57.7㎏으로 10년간 15.1㎏이 감소한 반면 육류 소비량은 2010년 38.7㎏에서 2019년 54.6㎏으로 15.9㎏이 늘었다.
곡물과 축산물 수입이 크게 늘어나다보니 물가에 부담이 되고 있다. 더욱이 환율이 1300원 가까이 오르며 수입 농산물 가격이 더욱 급등해 식탁물가가 치솟고 있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4월 수입 쇠고기 가격은 지난해 동월 대비 28.8% 상승했다. 가공식품 물가는 7.2% 상승하며 2012년 2월(7.4%)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게 올랐다. 특히 수입 밀을 이용하는 라면(10.6%)·국수(29.1%)·빵(9.1%) 등 가공식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 사료값이 뛰니 닭고기(16.6%)·돼지고기(5.5%)도 상승했다. 특히 삼겹살 가격이 20% 이상 뛰었고, 달걀 한판(특란 30구)도 지난해 이후 8개월 만에 8000원을 넘고 있다. 슈퍼마켓에서 밀가루와 식용유 사재기가 시작됐다. 슈퍼마켓에서 식용유 구입을 1인당 1·2병으로 제한하고 있고, 밀가루가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식량위기에서 버틸 수 있는 것은 쌀이 주식이기 때문이다. 4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동월 대비 4.8% 증가해서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지 않은 것을 전적으로 쌀 덕분이다. 지난해 쌀 풍년으로 쌀 가격이 9.2% 내려 농축수산물 물가는 1.9% 상승하는 데 그쳤다.
식량안보를 지키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버팀목이 쌀이다. 쌀이 무너지면 국가가 흔들린다. 쌀 생산을 규모화해서 생산성을 높이고 논에 이모작으로 보리·밀·사료작물을 재배해야 한다.
쌀 소비 확대를 위해서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본은 학교급식으로 쌀빵을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쌀 식생활을 존중해 소비가 별로 줄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학교급식으로 아침식사도 제공해야 한다. 청소년의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고품질 쌀을 재배하고 단일 품종을 매입해야 할 것이다. 쌀 셰이크 등 간편한 쌀 가공식품도 개발하고 보급해야 한다. 쌀을 중심으로 한 한국형 식생활을 자라나는 세대에 알리고 발전시키는 것이 국민 건강과 식량안보를 지키는 길이다.
한두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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