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 칼럼] 솔직한 논의가 필요한 2가지 농정 의제

입력 : 2022-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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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안보문제는 윤석열정부에서도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며 글로벌 공급망이 휘청거리고 있던 차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터져 식량안보에 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또 식량자급률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우려 한다면 잠깐 멈추기 바란다. 왜냐하면 자급률을 높인다는 목표는 농정의 단골 메뉴였지만 현실은 번번이 더 낮아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농지면적이 330㎡(100평)가 안돼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제일 작다. 이 작은 땅에서 쌀은 물론 소비자가 원하는 각종 채소·과일·축산물 등을 생산하면서 곡물자급률을 높이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 결과가 현실의 자급률 하락임을 인정해야 한다. 비용에 상관없이 자급률을 높이려고 하면 조금 높아지겠지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자급률을 높이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들지, 그러면 식량안보가 얼마나 더 튼튼해질지 솔직하게 논의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을 위한 진정한 식량안보에 집중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식량안보란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먹거리를 항상 적정한 가격에 조달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식량자급률을 몇 퍼센트(%)로 올린다는 계획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농산물이 시장 기능의 틀 속에서 적절히 공급될 수 있는 체계를 정비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최근 10여년 사이 주요 농산물의 재배는 줄고 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그런데 매년 6만㏊가 넘는 농지는 휴경되고, 결국 폐경에 이르는 농지가 연간 6000㏊가 넘는다. 이들 농지에서 시장의 수요에 따라 다양한 농산물이 영리적 동기로 생산될 수 있게 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를 논의해야 한다. 동시에 국내외 공급이 부족한 비상상황에서도 우리 밥상을 지켜낼 수 있는 필수 농산물 비축제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또 하나의 피할 수 없는 의제는 농지문제다.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이후 농지 투기 방지가 국가적 과제가 돼 농지 매매는 물론 급증하는 상속농지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매우 높다. 윤석열정부에서도 농지 거래와 소유에 대한 규제가 중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멈춰 숙고해야 한다.

도시의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농업을 선택해 농촌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도시에 산 사람과 자산 격차가 엄청나게 커졌다. 그런데도 농지 가격은 농업의 논리에서 결정되도록 더욱 규제를 강화하고, 그나마 상속받은 농지의 소유까지 제한하는 것은 불공정하고 자산 격차를 더욱 확대할 것이다. 경자유전을 말하지만 이런 불공정과 자산 격차를 감수하면서 영농을 목적으로 농지를 소유하려는 사람이 있을까? 규제를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불법과 탈법이 난무하고 때때로 누군가를 투기꾼으로 낙인찍고 넘어가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제 농지가 ‘별나라 땅’이 아님을 인정하고 관점을 바꿔 생각해봐야 한다.

부동산 가격은 그 지역에 이뤄진 공공 투자와 이로 인해 촉발된 민간 투자의 외부 효과로 상승한다. 우리 사회가 이룬 경제 발전의 과실이다. 그 과실을 합리적으로 공유하는 부동산 정책의 대전환을 전제로 농지의 농업적 소유를 말해야 설득력이 있고 현실성이 있다. 그렇지 못하다면 농지도 부동산의 하나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그 조건 아래서 어떻게 농지의 농업적 이용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인가를 논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가? 솔직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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