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호 칼럼] 회색 코뿔소와 청년농 육성

입력 : 2022-01-21 00:00 수정 : 2022-01-21 08:52

01010101501.20220121.900041502.05.jpg

농가인구 감소·고령화로 위기

청년농 지원강화·정착 도와야

 

2022년 새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한달이 다 돼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연말연시에는 새로운 분위기를 느끼기가 어려웠다. 희망찬 메시지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와야 할 시기지만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이 강화되며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새해가 시작됐다. 하지만 올 한해 우리 농업을 둘러싼 내·외부 여건은 잠잠하긴커녕 과거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크다. 디지털 시대 도래, 기후변화 위기 심화, 가축질병 확산 등 과제와 더불어 한동안 잊고 지냈던 인플레이션도 눈여겨봐야 한다. 대통령 선거와 전국동시지방선거도 예정돼 있어 격동하는 한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대전환기에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회색 코뿔소’다. 회색 코뿔소는 개연성이 높고 파급력이 크지만 사람들이 간과하는 위험을 뜻한다. 코뿔소는 몸집이 커서 멀리 있어도 눈에 잘 띄며 그 진동으로도 움직임을 느낄 수 있지만, 막상 달려오면 두려움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거나 대처 방법을 몰라 위험에 노출된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우리 농업의 회색 코뿔소는 무엇일까? 농가인구 감소·고령화다. 인구통계를 보면 2020년 출생아수는 27만명에 불과했다. 경제 이론에 따르면 국가 성장동력이 꺼져가는 신호다. 특히 농업부문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0년 기준 농가경영주 평균 연령이 66세를 넘어섰고, 농가수도 104만가구로 곧 100만가구 밑으로 내려갈 전망이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짧은 기간에 농가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충격을 이겨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나가려면 청년농을 잘 육성하고 정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농업·농촌 현장에 어떻게 자리 잡아가는지 확인하고자 얼마 전부터 졸업생 농장을 방문하고 있다. 충북 진천에서 딸기농장을 하는 한 졸업생은 연중 생산이 가능한 딸기 육묘시설을 개발했고 비닐하우스형 스마트팜을 운영하면서 데이터 기반 농업을 실천하고 있었다. 경기 평택에서 양돈장을 운영하는 또 다른 졸업생은 네덜란드 등 양돈 선진국에서 교육받은 뒤 직접 스마트 모돈·자돈사를 설계·신축해 돼지 2만마리를 사육하고 있었다. 경기 양평에서 양송이버섯을 재배하는 졸업생은 영농기반이 없었지만 정책자금 지원을 받아 농장을 시공하고 고품질 버섯을 생산하고 있었다. 버섯 생산 과정에서 병해충을 최소화하기 위해 냉난방·가습·제습이 한 기계에서 이뤄지는 공기조화기를 도입하고, 환경요소를 면밀히 조절·관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세 졸업생 모두 초기에는 영농규모도 작았고 관행적 재배·사육 방식과 충돌하는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데이터 기반 농업을 일구면서 생산성과 매출이 급상승했다. 본인들이 직접 농장 설계·시공에 참여했고 과감하게 투자해 규모를 늘렸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청년농들이 이들처럼 농업·농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는 쉽지 않다. 디지털농업 시대에 자본·기술의 역할은 점점 중요해진다. 농지가격 상승으로 쓸 만한 땅을 구하기는 어렵고, 스마트기자재·농기계 가격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농촌 주거환경은 도시와 견주기 어렵다. 어렵게 키운 청년 인재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농업·농촌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청년농을 위한 과감한 농지 공급과 자금 지원을 통해 이들이 농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는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복을 가져온다는 검은 호랑이 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고 우리 농업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조재호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 총장)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전체 댓글 0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