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 부족·애그플레이션 심화 전망
미리 나서 구체적인 대책 마련해야
021년은 전세계적으로 전례가 없었던 도전의 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개발·보급됐지만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나타났다. 세계 각국이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나섰음에도 오미크론의 영향으로 확진자수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국경이 다시 봉쇄됐고,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강화됐다.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경제위기를 넘어 식량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그 위험요인은 도처에 널려 있다.
첫째, 세계 경제가 불안해지고 있다. 식량가격은 오르지만 소비자는 구매력이 감소해 필요한 식량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세계 정치도 불안하다. 미·중 정치경제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의 분쟁 우려로 글로벌 무역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셋째, 천연가스·석유 등 원자재의 가격 상승과 함께 전세계적으로 비료값이 급등했다. 2021년 가을 세계 비료값은 전년 대비 약 3배 상승했다. 가격이 올라 비료 투입이 줄면 농산물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다.
넷째, 글로벌 공급망의 병목현상이 계속되면서 운송비와 컨테이너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국경 통제로 농산물 수출입도 어려워질 것이다. 러시아는 밀 수출을 제한하려고 수출세를 부과했다. 특히 아프리카와 중동은 식품 인플레이션과 식량안보 위험이 심각한 상황이다.
다섯째, 실업수당과 재난지원금에 따른 노동 공급의 감소와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 차질로 농업생산에 필요한 노동력이 부족하다.
여섯째, 기후 불안정과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2021년부터 지속된 라니냐 현상으로 올 2분기까지 날씨가 불안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곱째, 세계 최대 농산물 수입국인 중국의 경제침체와 구매력 감소다. 코로나19로 인한 식량위기에 대비해 중국은 2021년 곡물 수입량을 3배 늘렸고, 이 추세는 2022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여덟째, 올 3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미 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국 달러 선호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달러의 강세는 개발도상국과 농산물 수입국에 악영향을 준다. 농산물을 수입하는 데 더 많은 자국 화폐가 필요하게 되고, 이는 해당 국가의 먹거리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2021년 국제 곡물가격은 전년 대비 28%,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비교하면 40% 상승했다. 2022년엔 비료 등 투입비용 상승, 높은 운송료, 이상기온과 수요 증대로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산물가격이 주도하는 물가 상승)이 심화될 전망이다. 기후위기로 바이오에너지 수요는 증대되고, 에너지가격도 계속 상승할 것이다. 글로벌 곡물 재고도 적어서 농산물가격의 변동성도 높아진다.
미국은 비료 부족으로 농민들에게 비료 사용을 최대한 줄이도록 지도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연말 열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삼농(농업·농민·농촌)’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연말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농업부문을 당이 제일 중시한다”고 했다.
2022년은 국가 위기관리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요소비료 공급난과 쌀 시장격리 요구에 대한 뒤늦은 대처로 농민의 질책을 받았다. 이를 교훈 삼아 봄철에 직면할 비료 부족, 수입 농산물과 에너지 가격 상승, 노동력 부족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사전에 마련하고 농민과 국민에게 알리길 바란다.
한두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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