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룡 칼럼] ‘영농형 태양광사업’은 농촌의 미래인가?

입력 : 2021-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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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경관 가치에 부정적 영향

공익기능 위협…추진 신중해야

 

최근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하나로 농촌지역에 영농형 태양광사업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경작지 위에 태양광시설을 설치하고 발전설비의 하부에는 농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으로 영농활동과 태양광발전을 병행하는 것이다. 영농형 태양광사업은 날로 극심해지는 기후변화 대응과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미래 성장동력 발굴, 그리고 농업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는 농업진흥구역에 영농형 태양광을 최장 20년간 설치·운영할 수 있게 하는 농지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이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영농형 태양광사업에 대한 찬반 논란 또한 확대되고 있다. 반대 측은 한국의 곡물자급률이 21% 수준임을 고려할 때 농업생산성 하락으로 인한 식량안보 위기, 농업 경관 훼손 등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찬성 측은 영농형 태양광사업이 농지 보전에 도움이 되며, 설비 하부에서 재배되는 농산물의 생산량과 품질이 일반 농산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반박한다. 물론 농작물 생산에 더해 발전사업을 통한 농가소득 증대가 가장 중요한 이유로 제시된다.

이 사업은 최근 대통령 선거전에서 여당 후보의 중요 정책으로 언급되며 더욱 주목을 받고 있으며, 그 타당성과 적절성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게 됐다. 최근 필자의 연구실은 영농형 태양광발전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을 조사하고 이 사업이 농업 경관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국제저명학술지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 2021년 10월호에 게재한 바 있다. 이 연구는 영농형 태양광사업과 관련한 여러 문제 중 특히 경작지 위에 설치·운영되는 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그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분석했다. 일반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87.0%가 농업 경관이 ‘중요하다’고 응답했고,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자는 0.8%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88.2%는 미래에는 현재보다 농업 경관 가치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 대답했다.

이는 농업의 경관·환경생태 보전 등 다원적 기능이 실제로 중요하게 인식된다는 선행연구와 일치하는 결과다. 이에 더해 사진을 통해 보여준 농지 내 영농형 태양광이 농업 경관을 훼손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60.6%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영농형 태양광발전이 농업 경관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선택실험법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영농형 태양광이 전국 농지로 확대되면 농업 경관 가치가 총 1조90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필자가 2012년에 연구한 농업 경관 가치의 55%에 해당한다. 결론적으로 영농형 태양광사업이 농가소득에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우리 국민이 향유하는 농업 경관 가치에 심각하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최근 정부가 도입한 공익직불제의 기본 철학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한국 농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보상이라는 측면에서 농가소득 증대 못지않게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사안이다. 영농형 태양광사업이 실제 농가소득을 높이는지도 정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농촌진흥청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쌀은 생산성이 18%가량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력생산성과 전기가격 또한 사업기간 동안 불확실성이 심한 변수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농업의 공익기능 증진 모두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한 정책과제다. 그러나 한번 훼손된 농촌 경관은 다시 회복되기 어렵다. 이 사업은 여러 측면에서 신중하게 추진돼야 할 것이다.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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