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규 칼럼] 기후위기 시대의 농업과 먹거리

입력 : 2021-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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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영향 국제 곡물시장 요동

자급률 높이고 생태농업 전환을

 

우리나라 성인은 연간 353잔의 커피를 마신다. 거의 매일 한잔씩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커피 애호가들에게 좋지 않은 뉴스가 있다. 세계적으로 커피 가격이 빠르게 상승해왔고, 내년에는 이러한 추세가 더욱 심화한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 기준 원두 1파운드(0.45㎏)의 가격은 지난해 11월 1.03달러에서 올해 11월 2.20달러로 2배 이상 올랐다.

커피 원두 가격 상승의 원인은 공급 부족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커피 원두 부족 사태가 발생했을까. 크게 두가지 현상에 기인한다. 첫째, 기후 불안정에 따른 생산량의 급격한 감소다. 세계 커피 원두의 약 3분의 1을 생산하는 브라질에서는 100년 만의 가뭄으로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 또 올 7월에는 갑작스럽게 서리가 내려 많은 커피나무가 얼어 죽는 사태가 발생했다. 둘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심화·장기화하면서 생산지역들이 봉쇄되거나 운송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 커피 원두 생산 세계 2위인 베트남에선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커피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다고 한다.

기후위기는 인류가 직면한 최대 과제다.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기후변화는 세계 농업과 식량체계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15년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중장기적 영향을 예측하면서 저위도·열대 지방은 곡물 생산량이 감소하고, 캐나다와 러시아 북부 등 고위도지역은 곡물 생산량이 다소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위기의 단기적인 영향은 극단적 기후와 높낮이가 큰 변동성에 있다. 기온이 비정상적으로 오르거나 내려가고, 예상치 못한 시기에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30년간 한반도는 여름이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연평균 기온은 1.6℃나 올랐다. 이에 따라 농산물의 재배 한계선이 점차 북상하고 있으며 주산지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이제 감귤은 제주뿐 아니라 전남·경남에서도 생산된다. 심지어 중부지방에서도 일부 열대성 과일이 시험 재배되고 있다.

이처럼 현실이 된 기후위기는 세계 농업체계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한다. 현대산업형 농업은 화석연료에 기반을 두고 있다. 경지정리를 하고, 농기계와 화학비료·농약을 활용하는 단작형 농업은 석유에 크게 의존한다. 대량생산된 곡물은 장거리 이송을 통해 전세계로 이동하며 탄소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육식 증가에 조응하는 집약적 축산 역시 온실가스 배출의 중요한 원인이다.

세계 농업체계의 일부로서 한국 농업의 지속가능성은 매우 취약하다. 곡물자급률은 20%대에 불과해 국제 곡물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자급률이 1% 안팎에 머무는 밀은 2020년 수입량이 360만t에 달했다. 중국이 옥수수를 대량 수입하면 국제 곡물시장이 요동치고, 국내 축산농가들은 사료비 걱정을 한다.

기후변화의 시대, 한국 농업·먹거리도 생태적 전환이 필요하다. 그 첫걸음은 곡물자급률을 높이는 것이다. 보다 전향적이고 담대한 정책을 통해 국내 밀·옥수수·콩 생산을 늘려야 한다. 나아가 친환경농업이 더욱 확산돼야 한다. 생태농업으로의 전환, 다품종 소량 생산 농업에 대한 지원, 집약형 축산으로부터의 탈피 등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단위로 자기순환적 먹거리체계를 만드는 노력이 시급하다. 최근 요소수 부족 사태에서도 교훈을 얻어야 한다. 식량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그 피해는 커피나 요소수보다 훨씬 치명적이다.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주요 식량작물은 자급률을 높여 최소한의 식량안전망을 확보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정부의 적극적 정책 추진을 기대한다.

김철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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