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호 칼럼] 디지털 전환시대, 농업데이터가 돈이다

입력 : 2021-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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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스마트팜 시대 맞아

양질의 데이터 축적·분석 중요

 

어린 시절 즐기던 놀이 중 하나가 종이접기였다. 종이 한장으로 비행기, 말, 물고기 등을 접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다만 다양한 모양을 만들려고 여러번 접다보면 두께가 점점 두꺼워져 더이상 접기 어려울 지경이 되곤 했다. 그런데 종이를 계속 접기만 할 수 있다면 그 두께는 달에도 도달할 수 있다. 만약 종이접기가 계속 가능하다고 가정하면 종이 두께는 계속 두꺼워질 것이고 45번이면 달, 50번이면 태양에 도달한다고 한다. 종이접기 두께에 이진법과 승수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농업의 디지털화와 스마트농업이 시대의 화두가 된 지 이미 오래지만 정작 그 위력을 실감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아직까지는 충분한 종이접기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이접기 두께처럼 디지털 혁명에도 이진법과 승수가 적용된다. 처음에는 미약하지만 일단 가속도가 붙으면 농업부문에도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두뇌를 대신하는 시대가 도래하면 모든 인간활동 영역에 커다란 변화가 생긴다. 기존 아날로그 정보가 디지털 정보로 전환되는 시대에는 디지털 정보를 활용해 누구나 해당 분야 전문가처럼 활동할 수 있다. AI가 운영하는 스마트팜에서는 데이터를 이해·활용할 수 있다면 누구나 농부가 될 수 있고, 지금의 전문가보다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다. 이것이 디지털 전환의 진면목이다.

그렇다면 AI가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시대는 언제쯤 도래할까? 이미 바둑계에서는 알파고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었고, 자동차업계에선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는 등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혁명적인 변화는 체감하기 힘들다. 가장 큰 이유는 양질의 데이터 부족 때문이다. AI가 학습능력을 발휘하려면 학습할 대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데이터는 데이터간 인과관계를 확인하고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를 말한다. 의미 없는 데이터는 오히려 분석에 장애요인일 뿐이다.

과거 미국 컴퓨터 제조기업 아이비엠(IBM)이 슈퍼컴퓨터를 개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 컴퓨터가 의학분야에서 난치병 해결을 앞당길 것이라고 예상하고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난치병 진단연구에 많은 돈을 투자했다. 그러나 의료분야 임상실험 데이터의 질이 문제였다. 슈퍼컴퓨터가 진단한 질병에 오류가 많아지면서 이 투자는 결국 실패했다.

농업분야에서도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루려면 더 많은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공공기관이 수집하는 기상·토양 등의 데이터, 개별 농가의 농장 기초 데이터와 농작물 수확량 데이터, 민간기업의 농작물 유통 관련 데이터가 종합적으로 활용돼야 제대로 된 디지털 혁신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농장단위의 기초 데이터와 수확량 데이터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양질의 데이터를 수집·활용하는 농장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구조를 만들고, 농가의 데이터 권한을 보호·거래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 농가도 데이터를 토대로 개발한 스마트 농장설비와 정보 플랫폼을 활용할 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래야만 상호 윈윈(Win-Win)하는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농장과의 협업을 통해 AI를 활용한 솔루션을 개발, 실용화시켜 나가는 움직임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가축의 움직임을 관찰해 가축질병을 조기에 원격 진단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스템, 소비자 수요에 맞춰 도축시점을 결정하고 직접 배송하는 유통 플랫폼 등이다. 디지털 전환시대에 양질의 농업데이터는 농가에 새로운 소득, 돈이 될 것이다.

조재호 (한국농수산대학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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