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뻔하고 뻔하지만 올해도 이 이야기는 주요 뉴스마다 빠지질 않았다. 바로 식품 물가가 많이 올라 ‘장바구니에 뭘 담기가 두렵다’는 얘기다. 김장철이 다가올 때면, 배추나 무가 흉작이면 흉작인 대로 또 풍작이면 풍작인 대로 말이 많다. 흉작이면 배추값이 올라서 아우성이고, 풍작이면 배추값이 ‘똥값’이라 산지 폐기를 한다는데 왜 식탁에 오르는 배추나 김치 가격은 떨어지지 않느냐는 레퍼토리다.
해마다 물가안정에 대한 뉴스에서 농산물 가격은 항상 주요 이슈다. 생명 유지를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주요 언론이 놓치는 것은 모든 물가가 오르는 시점에서 농산물 가격만 그대로일 수는 없다는 점이다. 또한 농산물은 제조품과 다르게 주변 영향에 의해 수량이 조정되고 가격이 들쑥날쑥하며 요동치는 게 특징이다.
농업 현장에선 정말 농산물 가격 빼고 모든 것이 올랐다고 얘기한다. 인건비는 말도 못하게 상승한 지 오래고 비료, 농약, 농사용 비닐, 연료 등 어느 것 하나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마다 폭염과 태풍 피해조차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흉작인 경우가 많아 농산물 가격은 오르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지경이다.
각 시·도별로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고질적 문제로 나타나는 유통구조를 우선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더 도움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항상 생산자들은 농산물 가격이 원가도 되지 않을 정도로 턱없이 낮다고 말하고 소비자들은 농산물 가격이 비싸다고 하니 하는 말이다.
간혹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해 농민이 재배를 포기하면 된다는 뉴스가 나오곤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해에 풍년이었다고 해서 다음해에도 풍년이라는 보장은 절대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배하지 않거나 무조건 줄여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 생산과 출하를 하는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어느 해 쌀이 풍년이고 쌀값이 폭락해 다음해에 쌀 재배면적이 대폭 줄어들었는데, 태풍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해 이나마 재배하던 쌀마저도 수확이 어려워진다면 과연 우리는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아마도 이런 일이 발생하면 우선 쌀부터 수입하고 다음해엔 쌀 생산량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농민이 적정하게 생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준비하고 농자재 가격 불안정을 해소해야 하며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생산자와 소비자간 거리를 좁히고 농산물 가격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와 함께 국가에서 일부 농산물에 대해 최저가격을 보장한다면 해마다 나오는 물가안정에 대한 농산물 가격 이슈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자들은 제값을 받고 소비자들은 제값을 지불하는 것이 농산물 가격안정과 물가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정원 (미녀농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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