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을 과시하고 세계 속에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모습을 다시 한번 뚜렷하게 부각시킨 기적 같은 사건이었다. 모처럼 온 국민에게 큰 기쁨을 안겨줬다.
그러나 5월10일 출범한 윤석열정부는 200일이 지나며 본격적으로 그 진면목을 보여야 할 때임에도 국내외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국민의 걱정을 자아낸다. 이를 극복하려는 협치와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이 내년까지 지속한다면 국가적으로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업에 기반을 둔 수출 경제가 우리의 큰 장점인데 에너지를 중심으로 대외적 요인 때문에 8개월간 연속 적자를 보이며 올해 450억달러 규모의 무역적자가 예상된다. 이런 급박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여야 정치권은 오로지 상대방 흠집 내기에만 골몰하고, 민생 안정과 국가 안위를 위한 사려 깊은 정책활동은 보이지 않으니 국민은 참으로 불안하고 답답하다.
국제곡물 가격이 다소 안정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환율 등 경제지표는 불안정하고 12월 기준 국제곡물 가격은 2008년 애그플레이션이 발생한 시점보다 더 좋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적으로 2024년까지 식량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은 지속할 것으로 예측된다. 더욱이 가계에서 소비나 저축 등 임의 처분이 가능한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면서 농축산물 소비가 줄고 가격이 하락해 안정적인 농업 생태계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위기 상황 속에서 편성된 윤석열정부의 농정 예산은 다소 미흡한 감이 없지 않다.
이미 윤석열정부 임기의 10분의 1이 지났다. 앞으로 남은 기간이 긴 것 같지만 국제적으로 냉혹한 ‘자국경제 중심주의’의 신경제체제 아래서 국가 경제를 튼튼히 재건하고 민생을 안정화하는 데 결코 충분한 시간이 아니다. 그러하기에 우리나라 식량안보를 생각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농정 공약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성실한 실천을 촉구하고자 한다.
지난 문재인정부는 대통령이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며 당찬 공약을 발표하고 농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했지만 5년 뒤 공약 결산서에는 농민들의 분노와 눈물이 남아 있었음을 기억한다. 윤석열정부는 결코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그치는 그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그럴 시간적 여유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농정을 ‘공정과 상식’ 기반 위에서 ‘균형발전’ 관점으로 접근했다. 이를 위해 10대 공약을 제시했다. 농민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나름대로 공약을 잘 만들었다고 본다. 그러나 공약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일할 조직과 예산을 제대로 확보해야 하며 이러한 의지는 2023년도 정부 예산이 증명할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을 미래성장산업으로, 농촌을 활기찬 공간으로 만들겠다며 전년 대비 2.4% 증액된 17조2785억원의 2023년도 예산을 제출했다. 농식품부는 첫째 식량주권 확보, 둘째 농업의 미래성장 산업화, 셋째 농가경영 안정 강화, 넷째 농촌 활성화와 동물복지 강화 등 4개 분야와 비료와 사료가격 안정 지원, 직불금 확대 등 농업 현장에 체감도가 높은 사업에 예산을 집중 편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농민들은 2023년 정부 예산에 윤석열정부가 농정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약속이 성실하게 반영되지 않았다며 비난하고 있다. 특히 안전한 친환경먹거리 확대 공약은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어 농민들에게 보람과 기쁨을 주고 식량주권을 확보하는 농정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정승헌 (한국생명환경자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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