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정주인구에서 생활인구로

입력 : 2022-10-26 00:00

01010101501.20221026.900060125.05.jpg

1960∼1970년대 고도경제성장 시대 일자리를 찾아 많은 사람이 서울로 이동했다. 서울로 이동이 계속되며 이농향도(移農向都)는 사회적 현상이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출생지에서 계속 거주하는 인구 비중은 41.4%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서울을 보면 출생지에서 계속 거주하는 비중이 2005년 24.2%에서 2020년 39.4%로 증가했다. 서울로 이동한 사람들이 지속 거주하고 출산하면서 서울을 고향으로 하는 진짜 ‘서울사람’이 서울 인구의 40%에 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서울사람’뿐만 아니라 통근·통학·관광 등의 목적으로 체류하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행정서비스 공급·수요의 불일치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통신사 빅데이터를 토대로 ‘생활인구’를 측정하고 이를 행정에 활용하고 있다. 정주인구를 기초로 수행해온 행정서비스의 한계를 극복하고 실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정주인구에 기초한 행정운영 방식의 한계와 문제가 제기되면서 서비스인구·체류인구·관계인구 등 다양한 인구 개념이 국내외에서 활용된다. 본격적인 인구감소로 지방소멸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주인구로는 지방의 줄어드는 소비력과 활력을 제고하기 어려워지자 일본은 체류인구와 관계인구를, 프랑스는 2지역 거주와 제3의 장소 지원을, 독일은 복수주소제를 제도화하는 등 ‘다지역거주’를 정책적으로 채택하는 양상이다. 9월 아일랜드 카반에서 열린 경제협력기구(OECD) 농촌정책고위급회의에서도 코로나19 이후 농촌정책 로드맵의 공유와 함께 이주(Migration)·이동성(Mobility)·다지역성(Multi-locality·다양한 장소에서 시간을 보냄)에 대해 논의했다.

우리나라는 1인 1거주지를 원칙으로 하는 주민등록제도가 기본이다. 그러나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분다. 다지역거주·유연거주 등 여건 변화를 일부 반영하거나 촉진하는 법령들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과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고향세법)’이 여기에 해당한다.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은 인구감소지역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지역의 활력을 도모해 국가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생활인구’를 처음으로 제도화한 점이 눈에 띈다. 생활인구는 ‘특정지역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으로 주민등록을 보유한 정주인구뿐만 아니라 통근, 통학, 관광, 휴양, 업무, 정기적인 교류 목적의 체류인구, 그리고 외국인 중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새로운 생활양식이 등장했다. 재택근무·원격근무 등 일과 가정이 양립 가능한 근무방식이 선호되고, 평생 한곳에서 살던 방식에서 벗어나 생애주기와 추구하는 삶의 목적에 따라 여러 곳에서 사는 양상이 발견된다. 이런 현상과 결합하며 생활인구는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고도경제성장시대 서울과 대도시로 이농향도 현상이 있었다면, 이제 인구 흐름을 반전시켜야 한다. 마침 인구감소와 코로나19 사태 이후 ‘농촌 한달살기’ ‘재택근무’ 트렌드와 함께 이도향촌(移都向村) 흐름이 증가하고 있다.

생활인구 제도화와 더불어 고향세법이 이런 흐름에 기여하길 기대한다. 개인 차원에서는 제2의 고향, 제3의 고향 만들기를 통해 4도3촌이나 재택근무 등 새로운 생활을 실현하고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역은 생활인구로 활력을 되찾는 기회로 고향세법이 작동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