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쌀 생산 마냥 줄여야 하나

입력 : 2022-11-14 00:00

01010101901.20221114.900061212.05.jpg

쌀의 공급과잉과 가격 폭락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치권까지 나서고 있다. 농업계로서는 이런 적극적 관심이 고맙지만 마음 한구석은 불안하다.

정치권 논의는 쌀 공급을 줄이기 위해 소요되는 1조원이 넘는 예산 규모와 부작용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쌀은 생산 축소 대상으로 국민 인상에 자리 잡고, 결국 쌀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쌀 생산을 계속 감축할 수 있으려면 해외로부터 곡물류의 안정적 공급이 전제돼야 한다. 그런데 이를 불안하게 하는 두개의 사태가 최근 발생했다. 우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밀 생산과 수송 등이 불안해졌고, 미국·중국 관계 악화로 국제정세가 불안해지면서 국제식량 생산과 유통에 치명적 타격을 주고 있다.

다른 한편으론 날로 커지는 기후위기가 주곡을 포함한 전체 농산물 생산에 미치는 악영향이 우리를 옥죈다. 우리는 기후위기의 마지노선에 있다. 지구 온도가 1.5℃ 오르는 기후위기까지 도달하는 시점이 앞으로 5∼6년 남았다는 ‘카운트다운 시계’가 이미 세계 곳곳에 세워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온 국민이 배고픔의 고통을 겪었던 1950∼1960년대의 참혹했던 기억이 이제 이 땅에서 거의 잊히고 있다. 하지만 혹시라도 닥쳐올 기아의 상처가 얼마나 아픈지 우리는 역사의 흔적을 꼭 기억해야 한다. 정치권과 정부는 이런 극한적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바탕으로 현재 쌀 공급과잉 비상사태를 해외 재난지역에 대한 구호 등 ‘비상적 대처방안’으로 해결해야 한다. 동시에 쌀 수요를 지키는 데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쌀 수요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우선 가격을 들 수 있다. 하지만 1인당 쌀 지출금액이 커피값도 안되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이 아닌 다른 측면에서 수요 증대 방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전체 쌀 수요를 결정하는 주요 연령층인 MZ세대(1980∼2000년대 태어난 세대)에 영양적인 측면에서 쌀과 주요 경쟁자인 밀을 비교해 알려줄 수도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현실에서 쌀 수요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쌀과 밀 등 곡류, 청과물, 고기류를 포함한 음식의 조리와 설거지 등 사후 처리 과정에 포함된 노동시간과 난이도라 할 수 있다. 즉 식사 준비와 사후처리에 포함되는 노동시간의 길이와 난이도가 쌀 수요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빵을 위주로 하는 양식이 식사 준비와 뒤처리는 물론 섭취 과정에서도 간편하다는 점에선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식을 압도한다. 특히 주부들의 취업기회가 증대하고 남성의 식사 관련 노동시간이 증가하면서 음식 관련 노동 간편성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쌀과 청과물, 고기류를 함께 또 손쉽게 요리할 수 있는 레시피를 개발하는 데 실질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농협도 쌀 수요를 지키기 위한 대대적 홍보전을 전개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쌀 수요 감소의 원인은 소비자의 바쁜 생활과 요리 관련 노동의 번잡함, 쌀이 비만을 일으킨다는 오해 등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에 대한 쌀 소비촉진책으로는 쌀이 부족할 때 발생하는 영양상의 문제점을 알리는 것이다. 이런 논리적 접근이 쌀 수요에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소비자에게 다가서는 현실적인 처방이 되기 위해서는 특히 청소년 건강을 위해 소비 증대가 절실한 청과물과 어울리는 간편한 요리법 등을 개발해 보급해야 한다. 생활과 밀착된 방법을 알려주는 게 쌀 수요 확대에 실질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내수 (향토지적재산본부 이사장)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