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인 농업직불제 확충에 대한 농업계의 기대가 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각계 의견을 수렴해 연말까지 ‘농업직불제 확대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선택직불제의 신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는데 이참에 친환경농업직불제의 위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친환경농업직불제는 1999년 도입돼 올해로 24년째 시행 중이다.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는 농업인에게 소득 감소분 및 생산비 차이를 보전하는 제도로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규정에 부합하고 농업의 다원적 기능도 추구하므로 목적과 수단으로 볼 때 직불제의 표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연유로 2019년 공익직불제가 시행되면서 선택형 직불의 주요 제도로 자리매김했다.
친환경농업은 지속농업을 추구하면서 영농환경 보존 및 농산물 안전성을 동시에 실현한다. 특히 유기농업은 합성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물이나 미생물을 이용함으로써 ‘땅과 사람을 살리는 농업’으로 일컬어진다.
그런데 친환경직불제가 환경농업 확산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간 추진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999년 친환경직불제 시행 이후 직불금 예산은 2010년 520억원 수준을 정점으로 사업 규모가 감소세로 돌아섰고, 친환경 인증면적(유기+무농약)도 2012년(12만8000㏊)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지난해말 기준 친환경농산물 인증농가는 5만5354가구에 인증면적은 7만5435㏊로 나타났다.
이렇게 친환경농산물 생산이 감소하는 이유는 현행 인증제도 아래서 친환경농법을 실천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데다 직불금 지급기간이 한정되는 등 제도적인 유인이 미흡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첫째, 친환경 인증제도의 제약이다. 친환경농업직불제는 직불금을 신청한 농업인을 대상으로 인증심사 및 이행점검을 실시해 적격으로 평가된 농지면적에 지급한다.
그런데 친환경 인증을 받으려면 그 절차가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비산 등 불가항력적인 피해도 감당하기 어려워 기존 인증농가조차 스스로 인증을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잔류농약만을 보는 현재의 결과 중심 평가제에서 탈피해 생산자가 어떻게 생산하느냐에 초점을 둔 ‘과정 중심 인증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직불금 지급 한도의 문제다. 친환경직불금은 농가당 0.1∼5㏊ 한도 내에서 최초 지급 연도부터 필지별 3년(3회)간 지급되고, 유기 인증 필지는 2년(2회)간 추가 지급한 후 유기지속직불금(50%)이 지급된다. 직불금 지급면적과 기간을 제한적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친환경농업을 늘리거나 지속할 유인이 부족하다.
셋째, 개별 지원의 한계다. 친환경농업은 개별적으로 실천하기보다 공간적 범위를 가지고 공동으로 실천할 때 효과가 크다. 옆집 논에 농약을 살포해야 할 상황인데 저지할 방도가 없으므로 공동대응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하지만 현행 친환경직불금은 개별 농민에게 필지별로 지원되기 때문에 지역 농업에 미치는 효과는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친환경직불에 공동영농이나 집단재배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한 이유다.
농식품부는 친환경농업 면적을 2020년 기준 전체 경지면적의 5.2%에서 2025년 10%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므로 보다 세밀한 추진 방안이 요구된다. 근본적으로 친환경농업 정책이 농산물의 안전성을 강조하기보다 농업생태계와 환경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재정립돼야 할 때다.
김정호 (환경농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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