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 직불은 공익직불제 취지에 맞지 않습니다. 후계인력 육성사업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청년농을 직불 대상에 포함해서 우리 농업·농촌에 활력을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얼마 전 직불제 관련 토론회에서 제기된 논쟁인데 필자는 후자의 의견을 제시했다.
논쟁의 발단은 윤석열정부가 제시한 농업직불제 확충안에서 비롯된다. 정부는 농업직불 예산을 현재 2조4000억원에서 5조원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면서 구체적으로 기본형 공익직불제의 사각지대를 해소해 실경작자를 구제하고 선택형 직불금은 식량안보 강화, 탄소중립 실현, 고령농 은퇴 유도와 청년농 육성 등에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청년농 직불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먼저 직불제 개념에 부합하는지 따져보자. 직불제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농산물의 시장가격을 높여 농민의 소득을 보전하는 ‘가격 지지’ 정책과는 달리 시장 기능을 통하지 않고 재정을 통해 농민에게 직접 소득을 보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영농을 시작하는 청년농은 소득원이 취약한 실정이므로 직접지불이 유용하고 강력한 정책 수단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제도 목적도 청년농의 안정적인 영농과 농촌 정착을 위한 것이라고 명확히 설정할 수 있다. 직불제 형태로 1997년 처음 도입된 경영이양직불제와 비교해 보면 성격이 뚜렷해진다. 경영이양직불제가 농업구조 개선을 위한 공급 측면에 방점을 둔다면 청년농 직불제는 수요 측면에 해당한다. 이 두 직불제를 연계함으로써 은퇴 고령농 생활 안정을 도모하면서 젊은 후계농 유입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청년농 직불제가 농업·농촌 공익 기능을 수행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준수사항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와 직결된다. 현행 공익직불제의 기본형 직불금을 받기 위해서는 17개 사항을 의무 준수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선택형 직불제에도 지급요건이 규정되는데 청년농 직불제에 대해서는 연령과 지급기한을 필수사항으로 정하고 마을공동체 활성화나 영농활동 준수 등을 공익 기능의 부수 조건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선택형 직불제는 기본형 직불금에 부가해서 지급할 수 있으므로 청년농 직불도 인센티브 형태로 지급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예컨대 유럽연합(EU) 공동농업정책(CAP)에서는 회원국이 의무적으로 ‘청년농 직불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농사 경력 5년 이하인 40세 미만을 대상으로 기존 직불금에 25%를 더한 금액을 최장 5년까지 지원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청년농 직불제를 공익직불제 범주에 포함하는 데 집착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농업·농촌 공익 가치 가운데 국민적 인식이 높은 기능을 촉진하는 제도만을 엄선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이런 관점에서 선택형 직불제에는 기존 친환경·경관보전·논활용 직불에 추가해 탄소중립·경축순환 직불 등을 적극 발굴할 필요가 있다.
대신 청년농 직불제는 공익직불제 범주에 포함하지 않고 농업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경영이양직불, 자유무역협정(FTA) 폐업 지원 및 FTA피해보전직불 등과 함께 농업직불제라는 큰 틀 안에서 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경우 앞으로 우리나라 농업직불제의 체계는 ‘공익직불제’와 ‘구조개선직불제’라는 두 축으로 정착돼갈 것이다.
직불제를 통해 농민 삶이 풍요로워지고 농업 경영이 더욱 활력을 가질 수 있도록 농업계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농업직불제 예산 확대를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정호 (환경농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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