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업경영체 등록, 제도적 허점 손질해야

입력 : 2022-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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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경영체 등록제는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 농업·농촌과 관련된 융자·보조금 등을 지원받으려는 농업경영체가 자율적으로 농업경영정보를 등록하는 제도다.

농업경영체 등록정보는 농식품 정책 수립·집행의 중요한 ‘농업인 마스터 정보’로 활용되고 있으며, 정책자금의 중복·부당 지급을 방지하기 위한 점검시스템의 기반이 된다. 농업인은 경영체 등록을 근거로 농업인확인서를 발급받아 각종 보조금 신청, 농·축협 조합원 가입, 세제 혜택 등의 증명서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런 필요성에도 농업경영체 등록제는 제도적 허점과 운용상의 미흡함으로 인해 농업인들조차 불만이 많다. 필자는 특히 세가지 사항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관련 법령의 괴리 문제다. 농어업경영체법에서 ‘농업경영체’란 농업인과 농업법인을 말하며, 농업인은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의거해 농지 경작자와 농산물 판매자, 그리고 농업종사자로 구분하고 있으므로, 농업인 가운데서 법적으로 농업경영체 등록이 불가능한 농업인이 존재한다. 농업법인 종사자가 대표적인 예다. 또한 농업인이 아닌 사람이 농업경영을 창업하기 위해서는 일반법인이나 농지임차형 협동조합농장 등 협동조합을 설립해야 하는데, 이들은 원천적으로 농업경영체 등록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둘째, 허위 또는 탈법이 방치되는 문제다. 비농업인의 농업경영체 등록은 불법이지만, 시·군 행정에서 이를 차단하는 데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농업경영계획서를 허위로 작성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는 사례나 부재지주가 직불금을 목적으로 허위 경작하는 사례도 종종 언론에 보도된다. 농지를 임차하면서 계약서를 쓰지 않아 지난해 공익직불금 신청 때 임대차계약서를 제출 못한 농업인이 8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셋째, 실경작자가 제도적으로 제외되는 문제다. 농식품기본법이나 농지법에서 농업인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농업경영체 등록이 불가능하다. 부재지주나 종중 소유 농지를 임차해 적법한 권원이 없는 경우, 그리고 초지나 임야 등 농지가 아닌 지목에 가축을 사육하거나 농작물을 재배하는 경우, 도시형 스마트팜을 창업하는 경우도 농업경영체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밖에도 농업경영체 등록정보는 중요한 행정자료로서 신뢰 확보가 관건인데, 농림어업총조사 통계와 차이가 확대되는 추세는 심각한 문제로 판단된다. 구체적으로 농림어업총조사에서 농가수는 감소세이나 농업경영체 등록수는 증가세로, 2020년 기준 69만명 정도 차이가 존재한다. 특히 2020년 공익직불제가 시행되면서 소농직불금 수혜를 목적으로 ‘경영체 쪼개기’라는 분할등록이 방치되는 부조리에 대해서는 이미 <농민신문>에서도 수차례 경고한 바 있다.

농업경영체수가 증가한 이유 가운데 또 하나는 행정업무의 한계다. 제도가 신청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한번 등록된 과거 자료가 그대로 남아 있거나 등록정보 갱신이 지연되는 등의 문제가 있지만, 현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조직과 인력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농업경영체 등록제의 실효성 확보와 신뢰도 제고를 위해 관련 제도를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최우선 사항으로 농업인과 농업경영체의 개념을 재정립해 ‘독립적인 농업경영 주체’로 활동하는 농업경영주가 경영체로 등록되는 시스템부터 확립해야 한다.

김정호 (환경농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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