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업 말살하는 CPTPP 꼭 저지해야

입력 : 2022-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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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가입땐 피해규모 더 커질 듯

후쿠시마산 수입 등 안전 우려도

 

정부가 가입을 추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은 일본·캐나다·호주·브루나이·싱가포르·멕시코·베트남·뉴질랜드·칠레·페루·말레이시아 등 11개국이 참여하는 초대형 자유무역협정(FTA)이다.

CPTPP는 최고 수준의 시장개방을 지향한다. 기존 회원국의 농산물 관세 철폐율은 96.1%로 사실상 무관세라 할 수 있다. CPTPP에 가입하면 수출국은 자국 내 판매가격 수준으로 수출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우리로서는 저가 수입 농축산물의 범람이 우려된다. 또한 기존 회원국은 후발주자인 우리나라에 가입비 명목으로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동식물 위생·검역(SPS) 규범 구체화에 따른 수입 농축산물의 국내시장 진출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국민 건강을 지키고 병해충 국내 발병을 예방하기 위해 과수 화상병, 광우병 등 병해충·가축질병이 발생한 나라에서 생산된 생과실이나 신선육 수입을 막아왔다. 그런데 CPTPP는 수입 허용 여부 평가 단위를 국가가 아닌 지역(지역화)이나 농장(구획화)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회원국에서 병해충이나 가축질병이 발생해도 해당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이나, 같은 지역 안에서도 특별한 차단방역 시설을 갖춘 농장이라면 농축산물 수입을 규제할 수 없게 된다.

농업 강대국인 데다 지리적으로도 우리와 인접한 중국이 CPTPP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중국과 우리나라가 CPTPP에 모두 가입하면 중국산 농축산물의 국내시장 잠식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책연구기관 분석에 따르면 CPTPP 가입 때 농림축산업 분야 생산 감소액이 향후 15년간 연평균 최대 4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는 중국 가입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중국이 합류하면 피해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이유로 농업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체결한 어떤 FTA보다 CPTPP가 농업부문에 끼칠 피해가 클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리 농업 경쟁력 악화를 넘어 생산기반 붕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민 식탁 안전도 걱정된다.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큰 일본 후쿠시마산 농식품 수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후발주자인 대만은 CPTPP 가입 신청 후 일본 요구로 10여년 만에 후쿠시마산 농식품 수입을 재개했다. 이처럼 CPTPP는 농민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문재인정부는 임기 안에 가입 신청을 목표로 설명회와 공청회 등 국내 절차를 속전속결로 진행한다. 이마저도 피해산업 종사자와 소비자 배려 없이 날치기식이다. 이에 공청회 등이 가입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3월25일에는 이른 오전 시간에 정부세종청사에서 ‘CPTPP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시간과 장소를 보면 현장 의견을 들으려는 의지가 있긴 한지 의문이 든다. 여기에 농민들 참여를 소규모로 제한하고 행사장 안에서 농민들이 반대 의사를 내비쳤음에도 공청회를 강행하며 논란을 부추겼다.

마지막까지 치적 쌓기에 눈이 멀어 기대효과를 부풀리고 여론을 선동하는 정부를 더는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다. 9개 농어민단체가 참여하는 ‘CPTPP저지한국농어민비상대책위원회’가 4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 인근에서 ‘CPTPP 저지 한국 농어민 총궐기대회’를 열기로 한 건 이 때문이다.

정부가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기로 한 4월이 다가왔다. 농민과 국민 관심이 여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학구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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