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의학이야기] 코로나는 감기가 아니다

입력 : 2021-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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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치명률 2.1% 달해 한국도 100명 중 1명꼴 사망

계절성 독감은 0.1% 불과 백신 접종으로 치명률 낮추고

중증으로 가는 비율 떨어뜨려 코로나 종식 위해 백신 맞아야

 

1918년 전세계를 덮친 스페인독감은 무서운 살상력을 과시하며 수천만명의 사망자를 만들어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그 시기 14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역사상 최악의 감염병이라 할 만한 스페인독감의 치명률은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2%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의 치명률이 10%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30% 정도인 걸 감안하면 ‘겨우 그거야?’라는 소리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스나 메르스의 전파력이 그리 높지 않은 것과 달리, 스페인독감은 엄청난 전파력으로 도시와 나라를, 그리고 전세계를 초토화시켰다. 당시에는 바이러스가 뭔지도 몰랐고, 감염경로도 파악하지 못했던 시절이라 피해가 더 컸던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 후 의학이 발달해 스페인독감의 정체가 밝혀지고, 독감 백신을 만들게 되면서 독감으로 인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예컨대 2009년 전세계를 강타했던 신종플루는 명성과 달리 0.01%라는 초라한 치명률을 기록한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감기의 일종이다.” 이왕재 교수가 최근 유튜브에서 한 말이다. 해부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그래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오랜 세월 교수를 하셨던 분인지라 그의 말에는 무게가 실린다. 사람들은 생각한다. ‘코로나19는 정말 별거 아닌데, 이 정권이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코로나19를 이용하는 거구나!’

그런데 코로나19가 별거 아니라는 그의 말은 사실일까? 2021년 7월 기준 전세계 치명률은 2.1%로 스페인독감과 비슷한 수준이다. 1918년보다 의료가 훨씬 발달했음을 고려하면 굉장히 높은 치명률이다.

세계 평균보다 의료 수준이 높은 우리나라의 치명률도 7월 기준 0.94%로, 100명이 걸리면 1명이 사망한다. 한해 2000명 정도를 죽이는 계절성 독감의 치명률은 0.1%, 코로나19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독감도 이럴진대 치명률이 너무 낮아 집계조차 안되는 감기를 코로나19에 갖다 대는 건 좀 너무했다.

다음 통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 4월 중순까지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치명률은 1.6%였지만 7월 들어 0.94%로 떨어졌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바로 백신 접종이다. 2월말부터 접종이 시작돼 6월말 접종률 30%를 돌파했고, 지금은 50%를 넘어섰다.

물론 이는 1차에 국한된 것일 뿐 우리나라의 2차 접종률은 20%를 갓 넘은 상태다. 이 점이 아쉽긴 하지만 백신은 1차 접종만으로도 코로나19 감염 때 중증으로 가는 비율을 크게 떨어뜨린다. 게다가 치사율이 높은 고연령층은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치명률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이다.

백신을 맞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확진자 숫자가 다른 나라보다 적은 것은 국민들이 마스크를 잘 쓰고 사회적 거리 두기에 적극 협조한 덕분이다.

하지만 혹독한 거리 두기를 영원히 할 수는 없으니 백신 접종으로 감염을 차단하는 게 필요하다. 코로나19 델타변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지만 백신을 맞은 이에게 변이바이러스는 감기 수준도 안되는 존재에 불과하다.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는 나라들이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간 건 이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왕재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백신 때문에 죽는 사람이 코로나19 때문에 죽는 사람보다 더 많다.” “한국인의 99.4%는 무증상 감염자라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다.” “해외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이 효과가 없다고 입증됐다.” 이 말들 중 어느 하나도 사실이 아니다.

그가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그가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올린 의학 발전을 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에는 정답이 없지만 의학에는 정답이 있어서 의사가 환자를 보는 건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상황이 어렵다보니 혹하는 걸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감염병분야에서 오래 일했던 전문가들의 말을 믿어보자.

그리고 백신을 맞자. 그것만이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유일한 방법이니까.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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