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의학이야기] 백신의 추억 ③ 코로나 해결책은 백신이다

입력 : 2021-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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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살아있는 바이러스 주사 안전성 회의…돌기 단백질 등장

감염 위험 낮아지고 면역력 높여 화이자 등 코로나 백신의 원리

신기술에 반감 갖기도 하지만 홍역백신 등 비하면 훨씬 안전

 

백신 반대를 주장하는 이들이 있긴 했지만, 백신은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품이 됐다. 백신이 병을 막아주는 것이 증명된 데다,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을 없애려는 의학계의 노력이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초창기 백신은 병원체를 죽인 뒤 인체에 넣어주는 방식이었다. ‘사백신’이라고 불리는 이 방식에서 중요한 점은 병원체를 어떻게 죽이느냐였다. 열을 가하면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전멸시킬 수 있지만, 그 경우 단백질이 다 망가져 백신의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아마비 백신을 만든 조너스 소크(Jonas Salk)는 포르말린을 사용했다. 바이러스를 배양한 뒤 포르말린에 넣어두면 바이러스가 죽으니 말이다.

하지만 병원체를 완전히 다 죽이려면 돈과 시간이 제법 소요됐고, 죽은 병원체는 살아 있는 것만큼 면역반응을 세게 일으키지 못했기에, 소아마비 백신은 3차례나 접종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그래서 독성만 제거하고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주사하는 방법(생백신)이 도입됐지만, 안전성에 대한 회의가 따라왔다.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새로운 방식에 대한 의학계의 고민이 시작됐다. 코로나 시대를 맞은 2020년, 그 고민은 결실을 맺는다. 이 글에선 코로나 백신의 여러 종류를 알아봄으로써 백신기술이 얼마나 발달했는지 살펴보자.

그간 백신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었다. 설령 사백신이라고 해도 바이러스 일부가 살아남아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현대의 백신은 더이상 바이러스를 통째로 집어넣지 않는다. 바이러스는 사람 몸 안에 들어오면 표면에 있는 ‘돌기’ 모양의 단백질을 인간 세포에 결합시키고, 몸 안에 있는 유전물질을 세포 안으로 집어넣음으로써 병을 일으킨다. 인체의 면역반응은 유전물질 대신 이 돌기에 대해서만 일어나니,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제거하고 돌기만 넣어줄 수 있다면 감염의 위험성은 제거한 채 면역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바이러스의 돌기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단백질은 ‘DNA-mRNA-단백질’ 순서로 만들어진다. 이것을 식당에 가는 것에 비유해보자. 우리는 식당에 간 뒤 주문을 하고 종업원은 이를 주방에 전달한다. 그러면 주방에선 만두라면을 만든다. DNA는 바로 이 주문서에 해당한다. ‘돌기 단백질’의 DNA를 우리 몸속의 세포에 넣어주면 주방에서 만두라면을 만드는 것처럼 우리 세포들이 돌기 단백질을 열심히 만든다는 얘기다. 우리가 한번쯤 들어봤을 아스트라제네카, 러시아백신, 그리고 최근에 만들어져 승인을 기다리는 얀센백신이 여기에 해당한다.

주방에선 라면 한봉지를 뜯어 냄비에 물을 넣고 함께 끓인 뒤 만두를 몇개 넣는다. 라면과 만두, 적당량의 물, 그리고 mRNA에 해당하는 이 재료들을 주면 눈치 없는 사람이라도 알아서 만두라면을 끓여줄 것이다. 마찬가지로 돌기 단백질의 재료들을 우리 몸속에 넣어주면, 몸속 세포들은 알아서 돌기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화이자와 모더나가 여기에 해당한다. 효과는 가장 좋지만, DNA에 비해 mRNA가 상대적으로 불안정해 영하 70℃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보관해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마지막 단계는 주방에서 만들어진 만두라면을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것, 여기서 만두라면 완성품은 ‘단백질’에 해당한다. 지금 유전공학기술은 바이러스 단백질쯤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데, 합성된 단백질을 우리 몸에 주사하면 면역력을 획득할 수 있다. 노바벡스라는 백신이 여기에 해당한다.

신기술에 대한 반감 때문에 안전성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 나오는 백신은 우리가 맞아온 홍역백신 등에 비하면 상대도 안되게 안전하다.

물론 최근 나온 백신 중에서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있긴 하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시노팜과 시노백이 바로 그것인데, 값은 싸지만 방식이 구닥다리다보니 효과도 떨어지고 급히 만들어 안전성도 의심받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벌써 수백만명이 이 백신을 접종했고, 못사는 나라 중에서도 중국 백신을 구입하는 곳이 있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가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를 못 믿겠다고 의심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고민이 아닐까 싶다. 모두 백신을 맞고 마스크 사용이 미미했던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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