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미생물학자 파스퇴르 약한 균 접종 땐 면역 활성 발견
탄저균 등 인공 백신 속속 제조 인간 평균수명 확장에 큰 역할
독감 백신이 한바탕 화제가 되더니 이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논란의 중심이다. 백신이 안전하지 않다는 말부터 백신이야말로 현대 의학의 총아라는 말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우리 사회를 수놓고 있다. 이러다보니 코로나19 백신이 들어와도 맞지 않겠다는 분들이 제법 있단다. 앞으로 3회에 걸쳐 백신에 관해 글을 쓰는 건 제대로 된 지식을 가져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백신이 탄생한 것은 1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시절 인간의 수명은 평균 40세를 넘지 못했는데, 한두살이 되기 전에 죽는 사람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누구나 하는 것처럼 보이는 백일잔치와 돌잔치가 마을의 큰 경사였을 정도다. 아이들이 죽는 이유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한 탓이다. 당시에는 항생제도 없었고 또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아이들은 면역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에 외부 병원균에 속수무책이었다.
백신이 탄생한 것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죽인 뒤 그 시체를 사람 몸에 넣어주면, 그 단백질을 위협으로 간주한 우리 몸이 그에 대한 항체를 만들고 그와 똑같은 것이 들어오면 총공격을 감행해 그 병원균을 몰아낸다는 원리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건 바로 현미경이었다. 현미경이 나오기 전까지는 세균에 의해 사람이 죽는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으니 말이다.
현미경이 최초로 발명된 건 1600년대였지만 당시 현미경은 배율이 작아 세균을 보는 건 불가능했다. 세균 관찰이 가능한 1000배짜리 현미경이 나온 건 1880년. 그때야 사람들은 그간 수많은 사람을 살상한 게 세균이라는 걸 알았다. 물론 당시 사람들이 세균을 보자마자 ‘백신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그 시절엔 면역이란 개념을 사람들이 몰랐던 탓이다.
그러니까 최초의 인공 백신은 우연한 실수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 루이 파스퇴르라는 유명한 학자는 콜레라균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는 자기 조수에게 다음과 같은 지시를 내렸다. “지금 우리가 키우는 콜레라균 있잖아, 숫자가 많아지면 그걸 닭한테 주사해.” 하지만 그 조수는 그 지시를 금방 잊어버렸고, 콜레라를 키우던 배양접시를 방치하고 만다. 그로부터 한달이 지났을 무렵 파스퇴르는 조수를 불렀다. “자네, 내가 주사하라는 균은 잘 주사했나?” 조수는 그때야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다. “그, 그럼요. 했습니다.”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한 조수는 실험실에 방치돼 있던 콜레라균을 모아 닭에게 주사한다. 물론 그 균은 먹을 게 떨어져 빈사 상태에 이르렀지만, 그게 뭐 중요하겠는가? 혼나지 않는 게 중요하지.
파스퇴르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콜레라에 걸리면 설사를 죽죽 하다 죽어야 하는데, 조수가 실험에 쓴 닭들은 다들 생생했으니 말이다. 안되겠다 싶었던 파스퇴르는 자신이 직접 콜레라균을 키워 닭에게 주사했다. 닭은 여전히 생생했다. 닭에게 지기 싫었던 파스퇴르는 닭을 콜레라에 감염시키려고 몇차례 더 접종을 시도했지만, 결국 닭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뒤 조수는 파스퇴르에게 고해성사를 한다. “사실은 제가 맛이 간 콜레라균을 주사했습니다. 죽여주십시오.” 보통 사람 같으면 그 조수와 치킨을 뜯으며 화해의 시간을 갖는 데 그쳤겠지만, 파스퇴르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기에 조수의 고백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죽기 직전의 균을 주사했더니 그 뒤 생생한 균을 넣어도 감염되지 않았다? 이거 대박인데?” 최초의 인공 백신은 이렇게 탄생했다.
뭐든지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은 쉬운 법, 파스퇴르는 탄저균을 비롯해 여러 세균에 대한 백신을 속속 제조했다. 그러던 1933년, 전자현미경이 발명되면서 인간은 세균보다 훨씬 작은, 바이러스라는 게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류는 그 바이러스를 죽인 뒤 인간에게 넣어줌으로써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냈다. 2020년, 지금 대한민국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결핵 백신을 맞고, 그 후 B형간염과 소아마비·파상풍 백신을 맞는 등 생후 두살이 될 때까지 수시로 병원에 가서 접종한다. 그 덕분에 백신 개발 전 40세가 못됐던 인간의 평균수명은 비록 좀 사는 나라들만의 통계이긴 하지만 80세를 넘겼다. 그렇게 본다면 인간은 백신에 고마워해야 하건만, 세상 일이라는 게 꼭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그 얘기는 다음번에 계속!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게시판 관리기준?
-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 농민신문
- 페이스북
- 네이버블로그
-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