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포럼] 누구를 위한 할당관세인가

입력 : 2022-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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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고물가 부담 경감을 위한 민생안정 방안으로 돼지고기뿐 아니라 쇠고기와 닭고기에도 할당관세 0%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할당관세가 정부 바람대로 실제 소비자가를 낮춰 민생안정에 기여할지는 의문이다.

쇠고기는 소수 대기업이 대다수 물량을 수입하는 과점적 형태를 띠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다. 수입업체가 소매업을 병행해 운영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수입업자가 시장을 주도하는 형국이 되기 쉽다.

또한 수입 쇠고기는 재고 10만∼20만t이 상시 유지되기 때문에 할당관세 적용 이전 상품과 할당관세 적용 이후 상품의 구분판매가 불가해 판매가격을 인하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 따라서 수입업자의 가격 설정 능력이 더욱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할당관세가 소비자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건 국제무역의 관점에서도 확인된다. 무역 관례상 동일 상품을 거래하더라도 수입업체가 물건값을 지불할 능력이 있으면 오퍼가를 올려 받는다. 할당관세로 수입업체가 실제 지불하는 가격이 낮아지면 수출업체는 그만큼 가격을 인상한다는 것이다. 올해 고물가 부담 경감을 위한 방안으로 돼지고기에 할당관세가 먼저 적용됐으나 관세가 없어진 칠레산 돼지고기의 수입원가와 유통원가는 저렴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게다가 이번 조치로 정부의 관세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번에 정부가 할당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물량은 10만t인데 이는 관세 세수 1억달러(1300억원)를 포기하는 조치다. 그러나 이 많은 비용에도 현재 시장 구조나 과거 정책 결과를 볼 때 소비자물가가 안정되거나 인하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도리어 20여개에 달하는 한국의 쇠고기 수입 대기업과 미국·호주의 수출업체만 배부르게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반면 정부의 국내 쇠고기 생산·유통 정책은 정반대다. 현재 우리나라 한우산업은 막다른 위기에 몰렸다. 한우 사육마릿수는 올 6월 기준 355만4000마리로 사상 최대 수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 이후 사료가격은 40%가량 인상됐다. 한우 사육으로 인한 부가가치가 전혀 없는 구조다. 이처럼 한우농가에 정책 개입이 절실한 상황임에도 정부 정책은 수입 쇠고기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

쇠고기 할당관세로 해외 수출업체와 국내 수입업체의 가격 설정력을 높이기보다는 국내 쇠고기 생산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유통을 활성화하는 정책이 민생안정에 보다 적절할 것이다.

김영래 (전남 강진완도축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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