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墨湖)’라는 지명은 과거 강릉부사 이유응이 하사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말기, 지역에 큰 해일이 일어나 해변 촌락이 피해를 보자 현장을 시찰하고 주민들을 보살피고자 내려온 이유응이 바닷물도 검고, 바위도 검고, 물새도 검다는 점에 착안해 ‘묵호’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준 게 유래가 됐다.
우리 고장은 매년 봄철만 되면 강수량이 적어 대지가 매우 건조해진다. 여기에 ‘양간지풍(襄杆之風·양양과 간성(고성) 사이에 부는 강풍)’이 불어 산불이 나면 순식간에 크게 번지기 쉽다.
2019년 4월 강릉시 옥계면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넘어와 동해시 망상동 마을 일부와 오토캠핑장에 큰 피해를 준 바 있다. 거기에 올해 3월4일 또다시 남양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커져 동해시 만우·괴란·심곡·초구 마을은 물론 시가지 전체를 위협했다.
이번 산불로 동해시에선 산림 2700㏊가량이 불타고 건축물 180여개가 소실되는 등 280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를 봤다. 이뿐 아니라 산불은 농가들의 생활 터전을 삽시간에 앗아가 많은 이들을 허탈하게 했다.
한가지 감동적인 것은 소식을 접한 전국 각지 농협과 농업 관계자, 관련 모임 등에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지역의 어려운 상황을 함께하고자 한걸음에 달려와줬다는 것이다. 이들의 위문품과 성금 등은 산불 진화 후 몇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져 산불이 지나간 자리를 치유하고 있다.
특히 십시일반 모인 성금은 피해농가 개개인에겐 작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됐다. 또한 농협은 수많은 곳으로부터 시시각각 답지한 온정을 보며 ‘함께하는 100년 농협’이라는 문구를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길 수 있게 됐다.
이미 들녘에선 한해 농사가 시작돼 각종 작물들이 힘차게 자라고 있다. 또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산에도 검게 탄 대지를 뚫고 푸른 새싹이 다시 꿈틀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작은 새싹들이 모여 가을철 풍년을 이루고 황폐화한 산을 다시 울창하게 하듯 전국에서 보내준 성원은 피해농가들이 더 빨리 재기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희망이 되고 농협이 더 크고 단단하게 설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산불이 지나간 자리에 피어난 새싹은 꿈과 용기를 전해주는 희망인 것이다.
끝으로 산불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농민 조합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준 모든 농업 관계자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인사를 드린다.
장상억 (강원 동해 묵호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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