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개발과 관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가 연일 이슈가 되고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농지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농지개혁법이 제정·시행되면서 농지는 농민에게 분배되며 분배의 방법, 소유권의 내용과 한계가 정해졌다. 헌법 제121조는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농지 소유 자격을 원칙적으로 농업인과 농업법인으로 제한하고 있다. 농지는 농업경영에 이용돼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후 몇번의 농지법 개정을 거쳐 주말농장, 상속으로 인한 농지 취득, 농업진흥지역 밖 경사율 15% 이상의 농지 취득은 예외가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경자유전에 반한 농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농지를 일정 기간 경작한 경우 양도소득세를 완화 또는 면제하는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렇다면 이번 투기문제에 농민이 관여돼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현재의 법과 제도 아래에서도 정부 당국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투기를 근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말농장을 이유로 농지를 매입하는 경우 일정 기간 실경작 사실 보고를 의무화하고, 농업법인의 농지 취득은 근본 법인 목적에 위배되면 취득 연도에 상관없이 중과세를 적용하고 농지 취득위반으로 형사 조치한다면 충분히 투기를 예방하거나 근절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
법을 개정하려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겠지만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우는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동안 농민 대부분은 정부의 수출 위주 정책으로 농산물 수입이 개방되면서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런데도 묵묵히 농촌을 지켰고, 자식들에게는 어려운 대물림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심정으로 외롭고 힘들게 버텨왔다. 또 고령이 돼도 일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상속 절차가 현재보다 불리해지거나 양도세가 더 과세되는 쪽으로 개정된다면 이는 농민의 고통을 가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일부 개발 예정지의 실태만 보고 농촌문제 전반을 근시안적으로 판단하지 말길 바란다. 근본적으로 농민이 농사지어 소득이 보장되는 정책을 수립하고, 그래서 자녀들이 다시 돌아오는 농촌이 된다면 이번 LH 사태 같은 일들도 줄어들지 않을까.
이제부터라도 도시민은 자신의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파트너로 농민을 바라보기 바란다.
정길수 (전남 영광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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