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포럼] 첩약 건강보험 적용 질환 확대해야

입력 : 2021-03-12 00:00

01010101901.20210312.900016288.05.jpg

의료비 경감·약용작물 소비촉진

농촌지역 실익 따져 적극 지원을

 

한의학과 약용작물은 불가분의 관계다. 한방치료가 활성화돼야 한약재로 사용되는 약용작물이 잘 팔리고, 약용작물 농민들의 소득도 높아진다.

그런 의미에서 첩약 건강보험 적용은 한약재 수입 급증으로 고통받던 약용작물 농가들에 한줄기 빛이 되고 있다. 가뭄 끝에 내린 단비나 다름없다.

첩약이란 ‘치료를 목적으로 처방돼 배합된 약재를 달인 탕약’으로 특정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처방된 한약을 말한다.

국민들의 의료비 경감을 위해 첩약에 건강보험이 적용된 것은 지난해 11월20일부터다. 보건복지부가 안면신경마비, 65세 이상 뇌혈관질환 후유증, 월경통에 처방되는 첩약에 대해 3년간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모든 질환을 대상으로 사업을 실시하면 금상첨화이나, 건강보험 적용 요구가 거셌던 주요 3개 질환만 우선적으로 시범사업 대상이 됐다.

사실 첩약 건강보험 적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4년 충북지역에서 약 2년간 실시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 전국 단위의 시범사업을 처음으로 실시했다는 게 차이점이다.

첩약 건강보험 적용에는 이익단체의 반발에 굴하지 않고 노력한 약용작물 생산자단체와 한약단체들의 힘이 컸다. 농협약용작물전국협의회를 비롯해 한국한약산업협회, 한국생약협회, 한국한약유통협회, 전국약용작물품목총연합회 등이 첩약 건강보험 적용을 한목소리로 요구한 것이다.

특히 농협약용작물전국협의회는 국회 정책토론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주관 한약재기준 규격회의에 참석해 약용작물 농가의 요구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지난해 7월에는 서울 서초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앞에서 관련 집회까지 열어 호소했다.

어렵게 도입된 첩약 건강보험은 한방 소비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3개 질환의 환자가 1인당 연간 최대 10일까지 시범수가의 50%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종전엔 첩약 열흘 치를 처방받으면 16만∼38만원을 부담해야 했는데, 건강보험 적용으로 5만∼7만원으로 부담이 크게 줄었다. 경제적 이유로 한방치료를 주저했던 농촌 고령농들이 첩약 건강보험 적용을 크게 반기는 이유다.

국산 약용작물의 소비증가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제도 시행 이전만 해도 국산 약용작물이 잘 팔린다는 보장이 없고 값싼 중국산 한약재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우려가 꽤 있었다. 하지만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했다.

경북 영주농협은 농협 최초로 ‘약용작물산지유통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첩약 건강보험 적용 이후 3개월간 판매실적이 최소 5% 이상 늘었다. 3개 질환의 첩약에 처방되는 한약재가 산수유·당귀·천궁·방풍·천마·익모초·홍화씨·쑥 등 200여가지에 달해서다. 약용작물 재배농가의 소득도 높아졌다.

아직까지 첩약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좀더 홍보가 되면 국산 약용작물의 수요 증가세도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첩약에 사용되는 약용작물만 해도 450여개에 달한다.

농촌에서는 벌써부터 대상 질환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만큼 이 사업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물론 시범사업인 만큼 국민들에게 어느 정도 편익을 주고, 약용작물 농가의 소득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만일 실익이 확인되면 첩약 건강보험 대상 질환을 확대하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이익단체의 명분 없는 반대에 밀려서는 안된다. 그날을 기대해본다.


남정순 (농협약용작물전국협의회장·경북 영주농협 조합장)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