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포럼] 공익직불제, 역진적 지급단가의 개선점

입력 : 2021-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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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 지급에도 하후상박 효과 미미

구간 더 세분하고 단가차이 확대를

 

지난해 5월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오랜 기간 논의돼오던 직불제가 전면 개편됐다. 그동안 다양한 유형으로 난립해 있던 농업부문의 직불제가 고정형의 공익직불제로 통합되면서 직불제 중심의 농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공익직불제법 제1조는 직불제 시행의 목적을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과 농가소득 안정’으로 명시하고 있다. 현행 직불제를 공익직불제로 부르는 이유다.

개편된 직불제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역진적 지급단가 방식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과거 면적에 비례해 획일적으로 적용하던 지급단가 방식을 두고 ‘빈익빈 부익부’를 야기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에 공익직불제는 영농면적이 커질수록 지급단가를 낮춰 하후상박의 효과를 내고자 했다. 농업부문의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문제가 심화하고 있는 때에 직불제가 소득 재분배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직불제 중심으로 농정의 기조가 바뀐다는 측면에서도 이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같은 취지로 도입한 역진적 단가체계가 실질적인 하후상박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동법 시행령 제9조에 따르면 현행 직불제는 면적직불금 대상을 농업진흥지역, 논 비농업진흥지역, 밭 비농업진흥지역 등 3개 유형으로 나누고, 각 유형은 면적에 따라 3개 구간으로 나눠 지급단가에 차등을 둔다.

예를 들어보자. 농업진흥지역에 각각 2㏊와 6㏊의 논을 가진 소농과 대농이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1㏊당 지급단가가 2㏊ 이하는 205만원이고 2㏊ 초과∼6㏊ 이하는 197만원이다. 두구간간 8만원의 차이가 있다. 이때 소농과 대농의 직불금 소득은 각각 410만원(2㏊×205만원)과 1198만원(410만원+4㏊×197만원)이다. 대농은 소농의 2.92배에 달하는 직불금 소득을 얻는다. 두농가간 자산 규모의 차이에서 오는 본래의 소득 격차는 3배인데 직불금 소득에서도 사실상 이 차이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소득원은 없다고 가정하면 직불금 소득을 합한 후 대농과 소농의 전체 소득 격차가 여전히 3배에 달한다는 의미다. 하후상박 원칙을 구현해 빈익빈 부익부의 문제점을 시정하고자 제도 개선을 시도했지만 실제로는 과거 비례형 지급 방식 때와 차이가 없다.

이처럼 역진적 단가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원인은 전체면적을 3개 구간으로 대분류한 것과 구간간의 단가 차이가 매우 적다는 데 있다. 이런 구조 아래서는 하후상박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없다. 단가의 구간을 나누는 기준을 2㏊와 6㏊로 잡고 있는데, 이 두면적이 왜 기준점이 돼야 하는지에 대한 합리적 근거도 찾을 수 없다.

하후상박 효과가 실질적으로 나타나려면 대상면적 구간이 더 세분화되고 구간간의 단가 차이도 더 벌어져야 한다. 구간수와 단가 차이는 서로 상충관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구간의 세분화와 단가 차이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 이때 하후상박, 즉 소득 재분배 효과의 크기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는 정책적 판단의 영역이다.

직불제는 재정수단을 이용한 보조금 지원정책이다. 소득세 부과에 누진 방식이 적용되는 원리와 마찬가지로 보조정책으로서 직불제에 역진적 방식이 적용되는 것은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될 때 비로소 농업부문의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 구조도 완화될 수 있다. 이것이 공익직불제법 제1조가 법의 제정 목적으로 내세운 농가소득 안정화에 기여하는 길이다.

이용기 (영남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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