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시설 기준 강화로 비용 부담
러시아·독일처럼 규제 완화해야
최근 고용노동부는 농어업분야에 고용된 외국인 근로자에게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제공하면 고용허가를 해주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외국인 근로자 사망사건이 발생한 데 따른 조치로 이들의 주거권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 강화에 나선 것이다.
농가일손에 큰 힘이 되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인격체로서 제대로 된 주거공간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람직하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의 거주시설 문제를 규제 강화만으로 풀어내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번 규제방안은 정책 대상자인 농가가 준수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어 정책 순응도가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게다가 농가는 물론 외국인 근로자들조차도 이번 조치로 비용 부담이 생긴다.
특히 농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제한돼 가뜩이나 일손 확보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 여기에 새로운 규제로 외국인 근로자의 거주비용이 증가하면 농가의 소득 감소는 불 보듯 뻔하다. 농가들이 정부 발표를 부당한 규제로 인식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농가와 외국인 근로자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행법을 개정해 농막 거주권을 인정해주는 방법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막 거주권을 인정해달라는 목소리는 이전부터 있었다. 도시화 심화에 따라 도시 외곽으로 밀려난 농지에서 농사짓는 농민이 많은데 이들은 현행법상 농막에서 거주할 수 없어 매일 먼 출퇴근길을 오고 가며 영농에 종사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 대도시에서 농촌지역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 노후를 보내는 이들은 가설건축물(이동식 주택 또는 농막)을 신고해 조용히 텃밭을 가꾸며 사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여기서 거주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이들처럼 도시와 비교해 생활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농촌지역에서 자연과 더불어 텃밭을 일구며 건강한 생활을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국가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노인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현행법으로는 불법이라 장려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농막 거주권 인정이 필요한 이유다.
외국의 사례를 봐도 러시아 ‘다차(Dacha)’와 독일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 등 농막과 유사한 건축물에 대해 거주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다.
현행 농지법은 농막을 ‘농작업에 직접 필요한 농자재 및 농기계 보관, 수확 농산물 간이처리 또는 농작업 중 일시 휴식을 위하여 설치하는 시설(연면적 20㎡ 이하이고, 주거 목적이 아닌 경우로 한정한다)’로 규정한다. 여기서 ‘일시 휴식’이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농업활동을 위한 거주를 인정하되 주거공간에 필요한 화장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해 농막 거주권을 인정해줄 것을 제안한다.
일부에선 농막 활용의 부작용을 제기한다. 하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농막의 가치도 새롭게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해선 안된다. 농막은 농업활동을 돕는 역할은 물론 외국인 근로자 주거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김진의 (전국농협로컬푸드직매장협의회 회장·경기 고양 일산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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