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업의 피할 수 없는 선택인 공익직불제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쉽게 이해시킬 길을 찾는 것은 농정의 주요 과제다. 귀찮은 의무를 새롭게 부과하는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거나, 나라 경제가 어려운데 왜 농업에 몇조에 달하는 세금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공익직불제의 미래는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 누리기 위해 공익직불제를 만들어야 하는 당위를 모든 국민이 받아들이도록 이해시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 어려운 과제를 풀어가는 길은 우선 농산물을 바라보는 농민과 소비자의 시각 변화에서 출발해야 한다.
모든 국민은 자신의 생명과 건강 유지를 위해 매일 음식물의 원료가 되는 농산물을 만난다. 농산물을 보는 순간 그 물리적 형체만 보인다면 공익 기능의 의미가 자라날 소지는 제한된다. 소비자의 새로운 시각을 확보하려면 먼저 농산물을 대하는 농민의 시각과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농산물을 소득 창출 대상으로만 여기지 않고, 소비자의 건강과 그로부터 얻어지는 만족과 기쁨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자세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때 농업·농촌에 대한 시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공산품과 달리 농산물은 생명체이며, 지역 환경과 생산자의 정성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특성을 지닌다. 이런 점에서 품질 판단 및 가격 결정을 수행하는 도매시장 기능과 공익형 기능에 대한 국민의 이해는 같은 길을 가는 운명을 갖게 된다.
거의 모든 농산물이 유통과정을 거쳐야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오늘의 현실에서, 물류 흐름과 농산물별로 등급 대표 가격을 매기는 도매시장의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도매상인들이 소비자를 대신해 품질 평가와 가격 결정을 수행해서다.
또 산지에서 수탁이 아닌 매취 방식으로 특정 지역의 특정 농산물을 확보해 특정 소매점과 연결하는 새로운 유통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유통방식을 추진하는 산지의 전문유통인은 여러 방법을 동원해 소비자에게 선택된 농산물을 알리며 성공하는 유통인이 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등 비대면 유통경로의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새로운 유통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 산지에서 단순 수집을 넘어 매취·수매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추세에서 농협이 유능한 유통 전문가 확보를 소홀히 할 때, 새로운 유통의 흐름은 물론 공익직불제의 정착에도 기여하지 못하는 길에 들어섬을 경계해야 한다.
이내수 (향토지적재산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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