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포럼] 농작물재해보험 20년의 성과와 과제

입력 : 2020-02-24 00:00

대상품목 67개…농가 경영안정 기여

당사자들 올바른 이해·대응이 관건
 


20년 전 이맘때 사과와 배 두품목으로 시작된 농작물재해보험이 올해 67개 품목으로 늘어난다. 처음엔 두품목조차도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 반 의심 반이었는데, 이젠 70여년의 농작물재해보험 역사를 지닌 일본보다 품목수에서 훨씬 앞서게 됐다.

지난해에는 19만5000농가가 9089억원의 보험금을 받아 2001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동안 농작물재해보험은 재해농가의 재기와 경영안정에 기여하며 중요한 농가 경영안정정책으로 자리매김했다. 20여년간 우리나라 농작물재해보험은 대상품목이 확대됐을 뿐만 아니라 거대 재해에 대비한 국가재보험제도 도입과 전문관리기관 설치, 손해평가사제도 시행 등의 체계를 갖추면서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농작물재해보험이 내실 있는 농가 경영안정정책으로 정착·발전하기 위해서는 지난 20년을 되돌아보고 과제를 도출해 적절한 해결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먼저 사과·배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가입률이 매우 낮다. 그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고 가능한 한 많은 농가가 참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농작물재해보험이 자칫 큰 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농가들만의 보험이 된다면 이는 공평한 정책이라 할 수 없으며 제도 자체의 존립도 장담할 수 없다. 보다 많은 농가가 참여(가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손해평가의 공정성과 정확성도 높여야 한다. 어떤 보험이든 손해평가는 중요하다. 농작물재해보험은 생물인 농작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 날씨에 따라 작황이 달라지고 쉽게 부패·변질되는 만큼 신속하게 손해평가를 해야 한다. 재해는 불시에 광범위한 지역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기도 어렵다. 피해농가는 보험금을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 평가를 받기 바랄 것이고, 이는 인지상정이다. 그렇다고 손해평가가 인정에 얽매이게 되면 불공정문제는 물론 정책의 취지까지 퇴색된다. 손해평가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 손해평가인과 농가간에 갈등이나 마찰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손해평가를 객관적이고 공정하면서도 정확하게 시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농작물재해보험이 한단계 성숙한 정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올바른 이해와 대응이다. 특히 농작물재해보험은 함께 정착·발전시켜가야 할 중요한 농가 경영안정정책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제도가 원활히 작동하고 있는지, 농가의 불만과 요구는 무엇인지 수시로 파악하며 제도를 수정·보완하는 등 정책성과를 높이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보험사업자는 농가의 경영안정 도우미라는 입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평가담당자는 손해평가의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연마·강화하고 현장에서는 농가에게 충분한 설명을 통해 불필요한 오해와 마찰을 피해야 한다.

정책 수혜자인 농가의 올바른 이해 역시 중요하다. 농작물재해보험은 불시에 닥치는 재해에 대비하는 안심수단이지, 해마다 보험금을 받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농가가 매년 보험금을 지급받으면 보험료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며, 이는 개인이나 전체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보험금을 받았다면 그해 농사는 망친 것이나 다름없다고 봐야 한다. 보험료를 냈기 때문에 보험금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건강보험료가 아까워 일부러 아플 사람이 있겠는가.

농작물재해보험은 이제 농업경영의 필수품이다. 사과·배·단감·떫은감 농가는 2월말 마감되는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 많은 농가가 농작물재해보험을 통해 올해 안심하고 풍성한 농사를 짓기를 기대해본다.

최경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