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지속가능한 김장문화를 위해

입력 : 2022-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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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2일 김치의 날에 ‘김치’를 주제로 한 작품 전시회가 열렸다. 시·수필·그림·영상 등의 형태로 김치와 관련된 사연을 담은 공모전 작품들이었다. 어린 시절에 가족과 이웃들이 모여 김장김치를 담갔던 사연, 변해버린 엄마의 김치 맛을 되찾고 싶다는 사연, 시집가서 시어머니가 처음으로 해준 김장김치에 대한 추억 등 자신들만의 김치 이야기를 작품에 담았다. 한국인 대부분은 김치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사람과 사람이 함께하는 장면을 떠올린다.

1인가구 확산, 핵가족화, 김치를 담그는 않는 노년층 증가, 김장을 노동으로 받아들이는 젊은 세대의 인식 등으로 사회는 점점 김장문화를 잃어가고 사연과 추억으로만 전해져 안타깝다.

지난해 가정 내 김치 조달 방법을 조사한 결과, 김치를 ‘가족·친척·지인으로부터 얻어먹는 가구’ 비중이 3년 전 14.7%에서 43.7%로 증가했다.

세대별로 봤을 때 부모에게서 김치를 얻어먹는 비중이 가장 높은 세대는 30대다. 김치를 직접 담그는 비중이 가장 높은 60대 이상이 여러 사정으로 더이상 김치를 담그지 않는다면 30대는 선택의 갈림길에 설 것이다. 자신이 직접 김치를 담글 것인지, 상품김치를 사서 먹을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얻어먹을지 말이다. 이 때문에 지금의 30대는 우리나라 김장문화가 지속가능할지, 즉 전승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

김장문화가 전승되려면 이들 세대가 직접 김치를 담그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더 늦기 전에 1년에 한번인 김장철이라도 부모님과 함께 김치를 만들면서 집안 대대로 내려온 김치 레시피와 비결을 배우고 사진과 글로 기록해보자. 우리 집 김치는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지, 어떻게 만드는지, 내가 생각하는 김장문화는 어떤 모습인지, 나는 자녀 세대에게 어떻게 이어줄지도 말이다. 또 간편하게 김치를 만들 수 있는 절임배추와 양념으로 구성된 김장키트를 활용하거나, 원·부재료 산지에서 직접 김장김치를 담글 수 있는 김장대전에 참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갈수록 사회환경은 변화를 거듭할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정서적 교감이 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공동체 정신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김장문화를 이어가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김장문화는 사람과 사람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그 속에서 교감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우리 5000만 국민이 김장문화를 전승하는 주체라는 자명한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이창현 (세계김치연구소 문화진흥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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