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화훼산업의 반성과 방향

입력 : 2022-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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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화훼류 판매금액이 1조원을 달성한 뒤로 계속해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해 화훼류 판매금액은 5382억원으로 2005년의 반토막 수준이지만 여전히 새로운 전략과 방향성 없이 과거와 동일한 방식으로 꽃을 판매하는 실정이다. 꽃집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60%가 행사용 화환인데 코로나19 이후 각종 행사가 축소됐고 앞으로도 크게 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1인가구 비율이 40%를 넘었다.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어 앞으로 인구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가 감소하면 행사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텐데 화훼산업은 이런 사회적 변화에 둔감하다.

40년 전 10만원이던 축하·근조 화환은 아직까지 같은 값으로 유통되고 심지어 가짜꽃(조화)으로 가득한 3만9000원짜리 화환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화훼업계에서는 생화로만 구성한 신화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소비자들은 값이 비싼 신화환을 외면했다. 소비자들에게 화환은 실용성이 떨어지는 상품이다. 덩치가 커 집으로 가져갈 수도 없고 선물하기도 힘들다. 게다가 폐기하는 데 비용을 내야 하는 골칫거리다. 화훼업계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고심해 신화환을 만들었지만 기존 입식 화환 디자인과 크게 바뀌지 않았고 오히려 가격만 높아졌을 뿐이다.

화환은 축하와 위로를 건네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역할을 다하면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선물로 나눠주면 된다. 나눔을 통해 꽃이 주는 즐거움이 새로운 장소로 옮겨 간다면 화환의 쓰임은 더 다양해지고 찾는 소비자들도 늘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눔형 화환은 찾아보기 힘들다.

화환만이 문제가 아니다. 꽃을 팔아 소득을 올리는 화훼농가들은 연중 판매할 수 있는 꽃 상품 개발에는 힘을 쏟지 않는다. 연중 판매가 어렵다보니 꽃을 사는 소비자들은 들쭉날쭉한 값이 비싸다고만 인식하고 지갑을 닫는다. 게다가 꽃을 취급하고 판매하는 사람들은 아무런 스토리텔링과 가치에 관한 홍보 없이 꽃만 판매한다.

꽃은 생필품이 아닌 ‘기호품’이다. 소비자들이 사고 싶게 만드는 디자인과 이야기·마케팅·홍보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과 판매 전략을 연구하지 않으면 미래는 더욱 암담할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제대로 된 연구·개발과 함께 화훼인들은 산업의 발전 방향을 필사적으로 재설정해야 한다.

변미순 (한국화훼장식기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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