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는 옥수수·밀·쌀에 이어 세계에서 많이 생산되는 식량작물이다.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약 14.8㎏의 감자를 소비하는데 감자 생산량은 2020년 기준 55만6000t으로 생감자(일반식용) 자급률은 100%를 웃돈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이 48.6%인 것을 고려할 때 이는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전량 수입되는 가공용 감자 등을 포함하면 자급률은 73% 수준으로 떨어진다.
최근 간편식과 외식을 선호하는 소비 경향으로 가공용 감자 수입 물량이 계속 증가하는데, 달러화의 강세로 가공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우리나라 감자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외래 도입 품종 <수미>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재배 안정성과 생산성 저하 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수입 가공용 감자와 외래 도입 감자를 대체할 우수한 우리 품종의 보급 확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감자 연구는 62년 전인 1960년 3월 농촌진흥청 원예시험장에서 처음 시작됐다. 농진청은 1988년 <조풍> 개발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0여개 품종을 개발했다. 그동안 수량성과 병해충 저항성을 갖춘 <수미>의 강세로 좀처럼 우리 품종의 재배가 확대되지 못했지만, 이젠 기후변화 적응성이 높고 수량성과 재배 안정성을 갖춘 우수한 우리 품종들이 다수 개발돼 재배 확대의 기반이 마련됐다.
연평균 19만t 이상 수입되는 감자의 80% 이상을 가공용 감자가 차지한다. 이를 대체할 우리 품종으로는 감자튀김(프렌치프라이)용 <얼리프라이>와 <골든에그>가 있다. 우리나라는 여름철엔 장마, 가을철엔 서리로 감자를 재배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 감자튀김용에 적합한 큰 감자를 만들기 어려웠다. 새로 개발된 이 품종들은 100일 정도의 짧은 기간에도 크게 자라 수입 감자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미>를 대체할 품종으로는 <다미>가 있다. <다미>는 생산량이 1㏊당 40t으로 많으며 분질성이어서 삶았을 때 맛이 좋다. 감자칩과 구운 감자를 만들었을 때 가공성도 좋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외에도 껍질을 깎았을 때 갈변이 늦어 본래 육색을 오래 유지하는 <골든볼>, 휴면 기간이 짧고 생육장해에 강한 가을 재배용 <은선>과 <금선>, 겨울철 시설재배할 때 수량성이 뛰어난 <서홍> 등 다양한 감자 품종이 개발됐다.
최근 기후변화로 감자 생산성이 하락하고 생산 환경이 많이 어려워졌지만 우리의 우수한 품종과 기술력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머지않아 우리가 만든 감자가 세계 최고의 감자로 우뚝 설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서효원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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