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온라인으로 감귤을 많이 판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주도의 한 농협 마케팅 담당자가 갑자기 보낸 메일이었다. 많이 답답했던 것 같다. 온라인시장이 성장한다고 하는데 정작 해보려고 하면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컨설팅, 라이브 커머스(실시간 상거래) 등을 해봐도 그때만 반짝한다고 했다. 당연하다. 개인이 아닌 농협같은 조직에 SNS나 라이브 커머스는 온라인 거래 활성화의 좋은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규모가 있는 생산자단체가 온라인 마케팅을 제대로 하려면 온라인 도매업과 셀러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셀러란 온갖 상품들을 스마트스토어 등에 올려놓고 판매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대부분의 셀러는 판매상품을 만져본 적도 없다. 그럼 어떻게 온라인에서 판매할까? 그 비밀이 바로 온라인 도매업체에 있다. 셀러는 온라인 도매업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상품을 판매한다. 온라인 도매업체 사이트에서 제공한 상품 설명과 이미지를 가져와서 스마트 스토어 등에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면 상품은 온라인 도매업체가 셀러의 이름을 달아 소비자에게 직접 보내준다. 이 과정에서 셀러들은 10∼20%의 판매수수료를 받는다. 즉 온라인 도매상 덕분에 셀러는 상품 재고나 배송 걱정 없이 판매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편리함 덕분에 네이버에서 셀러는 무려 40만명이 넘는다. 온라인 판매방법만 알면 쉽게 셀러가 될 수 있기에 부업도 많다. 이를 ‘긱(Gig) 이코노미’라고 한다.
다시 제주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실제로 필자의 선배 한분은 친환경 레몬을 재배하는 데 셀러의 도움을 받는다. 셀러는 온라인에서 레몬을 판매한 후 매일 아침에 선배에게 배송할 고객의 주소와 수량을 보내준다. 그리고 판매금액의 10%를 수수료로 받는다. 선배는 농사를 짓는 것 외에는 아침에 셀러가 보내준 주소대로 배송만 하면 된다. 소비자의 배송비 포함 지불가격인 1만9900원(레몬 1.5㎏)에서 택배비 4000원, 셀러 수수료 1500원, 네이버 수수료 900원 정도를 제외하고 1만3500원을 받는다고 한다. 소비자의 지불가격 대비 농가수취가 비율이 무려 68%에 이른다. 감귤류의 평균인 42.7%에 비해 1.5배나 가격을 더 받는 것이다. 온라인 유통혁명의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바로 농협이 ‘온라인 도매업’에 뛰어들 필요가 있다. 온라인 도매업으로 전환해 더 높은 가격을 받고자 하는 우리 농민도, 지역에서 셀러로 창업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도 온라인 유통의 혜택을 나눠줄 수 있었으면 한다.
양석준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게시판 관리기준?
-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 농민신문
- 페이스북
- 네이버블로그
-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