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가을, 말(馬)과 말(言)에 대한 생각

입력 : 2022-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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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이 높으니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 계절이다. 가을을 맞아 ‘말(馬)’과 ‘말(言)’에 관한 생각이 떠올라 글로 옮겨본다.

우선 말(馬)은 우리 민족의 오랜 역사와 함께 걸어온 가축이다. 경마·승마·마육 산업 등 국내 말산업 전체 규모는 약 1조3000억원이며, 산업체수는 2589개에 이른다. 코로나19로 경마산업은 2년여간 큰 어려움을 겪었고 아직도 예전으로 돌아가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승마산업의 경우 ‘골프의 다음 시대는 승마’라는 선진국의 사례를 들어가면서 희망과 용기를 갖고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올해 6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승마산업 활성화를 위해 ‘말과 함께, 국민 즐거움과 미래가치 창출’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설정하는 등 제3차 말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마육산업의 도약을 위해선 동물복지에 대한 고려, 말고기 가격차등제 시행과 비육전용마 육성·보급 등 다각적인 고민이 요구된다. 말산업 발전은 탁상공론의 말이 아닌 실천이 필요한 시기다.

다음은 말(言)에 대한 생각이다. 말은 각자의 생각이나 느낌을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특히 공식적인 발표를 하는 자리에선 많은 고민이 요구된다. 최근 언론이나 학회 발표에서 1차산업과 관련한 탄소중립 문제를 자주 다루고 있다. 농업분야에서 연구와 정책을 고민해온 필자의 처지에서 보면 가슴이 답답한 경우가 더러 있다. 지난여름 ‘탄소중립 시대에 지속가능한 1차산업의 미래’에 관한 심포지엄에 참석했는데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대부분이 1차산업(농업)에서 나온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발표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필자는 “온실가스 배출 줄이기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문제지만, 관련 내용을 표현할 때 ‘우리나라 농업분야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국가 전체의 3.1%(2021년 기준)이며, 주로 에너지분야에서 배출(약 87%)된다. 단, 농업도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는 단서를 붙여달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농업분야의 정책 개선과 연구개발, 농가 실천 등의 노력이 꾸준히 이어져온 것도 사실이다.

말은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다. 요즘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언론이 곡해했다”는 해명을 자주 본다. 농업이 처한 현실과 미래에 관한 내용 발표는 보편적이며 객관적인 사실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은 농업이 아니라는 사실도 포함해서 말이다. 말(馬)과 말(言)이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사회에 좋은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창범 (제주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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