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노후 저수지 보수·보강 절실

입력 : 2022-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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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간 경북 경주·포항 일대는 심각한 피해를 봤다. 이틀 동안 250㎜, 시간당 90㎜의 폭우로 경주 왕신저수지의 제방 외벽이 붕괴됐다. 이외에도 경주 송선저수지·권이저수지, 포항 갈평저수지 등의 제방이 붕괴 또는 유실돼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번 태풍으로 제방이 무너지거나 유실된 저수지들은 대부분 준공된 지 50년이 경과해 노후화가 심각하다. 왕신저수지는 1975년, 갈평저수지는 1971년 준공됐다. 권이저수지는 1964년, 송선저수지는 1943년 지어졌다.

경북지역 농업용 저수지 61%는 해방 이전에 준공된 것으로 태풍이나 집중호우에 매우 취약하다. 70년 전 준공된 노후 저수지는 제대로 된 치수시설이 없어 수위조절이 어렵고, 흙으로만 둑을 쌓아 태풍이나 집중호우로 인한 극한 호우에 대응하기 힘들다. 나아가 유실·붕괴 등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시한폭탄과 다름없다.

전문가들은 전세계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이상기후의 빈도가 잦아지고 그 강도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고 경고해왔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노후 저수지의 보수·보강이 시급한 이유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와 한국농어촌공사는 예산이 부족해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시설물 보수 재원은 한정적인데 성능 개선이 필요한 노후 저수지는 너무 많은 것이다.

현재의 기후위기 상황에서 노후 저수지를 방치하는 것은 주민의 생명·재산을 위협하는 것이다. 노후 저수지·시설물에 대한 안전 강화와 보수를 위한 중앙 정부의 대폭적인 예산 증액이 절실하다.

8월 서울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우와 9월 태풍 ‘힌남노’를 겪으며 우리는 이미 기후위기 속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게 됐고 앞으로 그 강도가 더욱 세질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증가하는 위험요소를 고려한 저수지 설계와 제방 보강이 필요하다. 저수지의 노후화 정도를 세분화된 기준을 통해 파악하고, 정밀안전진단 점검 기준을 상향해 예방적 보수·보강이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충분한 예산을 투입해 자연재해 발생 이전에 조치를 완료해야 한다.

서울시는 8월 폭우로 인한 침수가 발생했을 때 ‘대심도 빗물배수시설’ 시행계획을 마련해 빠르면 10월부터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와 경북도 역시 서울시처럼 신속하게 노후 저수지 보수에 대한 예산을 확보해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 노후 위험 저수지의 선제적인 예방조치를 완료해 주민 불안이 해소되길 기대한다.

박대조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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