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의 함께하는 경제] 자원 무기화…위험한 한국경제

입력 : 2022-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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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 각국 원자재 수출 규제 본격화

수입 의존하는 한국은 큰 타격 최악의 경우엔 산업 현장 마비

대체에너지 개발 등 대책 시급 농업 보호해 식량안보 강화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계기로 주요 원자재 생산국들이 자국 안보를 명분으로 자원 무기화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국제 공급망이 훼손되자 세계 각국이 원자재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뿐 아니라 무기화도 본격화하고 있다. 게다가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 부상과 함께 원자재시장 지형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수입가격 상승은 고스란히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무역적자가 증가한다. 최악에는 공급이 막히면 산업 현장이 마비돼 경제가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해 전략물자 수출중단, 원유와 가스 수입제한, 금융 차단, 외화자산 동결 등 경제제재를 하고 있다. 러시아도 한국을 포함해 48개국을 비우호 국가로 지정하고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 등 500여품목에 대해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밀·보리·옥수수 등 곡물도 마찬가지다. 두 국가를 합치면 밀과 보리는 세계수출량의 3분의 1, 옥수수는 5분의 1에 해당한다. 러시아는 세계 1위 가스와 3위 원유, 6위 석탄 생산국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우린 올들어 3월10일까지 이들 3대 에너지원의 수입대금은 333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나 증가했다. 곡물은 지난 2월 수입대금이 월 7억8000달러로 코로나19 이전과 견줘 30% 이상 증가했다. 앞으로 전쟁상황에 따라 얼마나 수급차질과 함께 부담이 늘지 모른다.

중국은 지난해말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희귀광물인 희토류의 무기화를 시작한 이후 차세대 핵심 소재인 리튬·니켈 등 2차전지 자원 확보에 나섰다. 세계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고 30개 주요 광물은 3분의 2를 넘는다. 우린 이런 에너지와 광물자원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70% 이상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특정국가 수입 의존도가 80% 이상인 품목이 3941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절반 수준인 1856개가 중국에 의존한다. 적대적으로 수출을 제한하면 국내 원자재 공급망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어려움은 일부 강대국에 국한된 사실이 아니란 게 문제다. 지난달 멕시코는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 개발을 국영기업이 맡기로 했다. 아시아 최대 자원 부국인 인도네시아도 올해초 전기차와 2차전지 생산에 필수적인 알루미늄 원료 보크사이트의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필요하면 공장을 이곳에 지으란 얘기다. 내년부터는 구리의 원광 수출도 금지하겠다고 했다. 자원빈곤 국가인 우리는 암담하다.

유럽의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는 자국 식량난 위험이 커지자 밀·옥수수·해바라기씨유 등 주요 농산물을 수출허가품목으로 정했다. 이웃 나라인 헝가리는 모든 곡물 수출을 중단했다. 터키와 아르헨티나도 곡물 수출을 제한하긴 매한가지다.

주요 쌀 수출국인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은 이미 자국 식량 확보를 위해 쌀 수출 금지 조치를 취했다. 카자흐스탄·파키스탄 등도 제한 대열에 합류했다. 식량을 무기화하는 나라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우리의 식량자급률은 2019년 기준 45.8%로 지난 10년간 10.4%포인트나 떨어졌다. 국민이 먹는 식량의 절반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사료용 곡물까지 포함하면 곡물자급률은 21%에 불과하다. 쌀을 제외한 곡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는 핵심 원자재의 비축과 관리, 수입체계의 다변화 등을 통해 수급불안에 대비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대안이 없어 시장의 불안감이 크다. 위기의식을 갖고 비상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원자재 확보를 위한 자원외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 원자재의 자급 생산과 대체에너지 개발, 자원 재활용, 해외자원 개발과 인프라 구축 등의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곡물은 비교우위론에 따라 수입하면 된다는 개념은 버려야 한다. 식량안보를 위해 농업·농촌을 보호하고 생산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국산 곡물 품질과 가격경쟁력도 개선해야 한다.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과 과감한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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